"엄마, 학교 다니는 거 힘들어요."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의연하고 싶지만 아이에 관한 일이라면 그러기가 힘들다. 애써 침착하게 대답한다.
"왜 무슨 일 있어?"
"네. 한 친구가 저에게 못되게 굴어요."
아이가 늘어놓는 하소연을 듣고 있자니 마음에 불안이 파도친다. 친구에게 불편한 점을 말해보고, 선생님께도 도움을 요청해 보라는 구태의연한 말들을 늘어놓는다.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어도, 어떤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
두려움 속에서 시작한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이 어느덧 열 달을 채워간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아이는 많은 것을 배웠다. 3월에 어색하던 친구들과 친해졌고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것에도 익숙해졌고 띄엄띄엄 읽던 한글도 제법 능숙하게 읽는다.
"학교 다니는 거 3월보다는 낫지 않아?"
"네. 그러기는 해요."
"점점 더 나아질 거야. 네가 적응해서 나아지기도 하고. 상황에 나아지기도 해. "
그렇다.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 새로운 어려움이 찾아오겠지만 지난 시간 동안 우리도 단단하게 성장했으니 잘 헤쳐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건넨 위로와 응원의 말을 밤새 되뇌며 마음속의 불안을 잠재운다.
그래. 잘 해낼 거야. 내일의 아이도. 내일의 나도. 분명 내일의 우리는 더 잘 해낼 거야. 늘 그래왔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