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은 무너지지 않았다

by pah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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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일상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나의 일상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저 달라졌을 뿐. 작년에 비하면 올해는 아무것도 아니다.


작년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병원신세를 졌다. 우리 엄마와 내 아들이.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며 가슴 졸이고 오지 않는 예약 순서에 매일 전화기를 붙들고 인터넷을 뒤지면서도 내가 그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먹먹한 심정으로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기다리는 그 순간.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무너진다. 매일 기도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달라고. 우리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그렇게 2019년이 지났다. 해가 저무는 게 전혀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기뻤다. 2020년에는 뭐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계획들도 잔뜩 세워뒀다. 하지만 역시 인생은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 19가 대한민국을 아니 전 세계를 덮쳤다.


곧 괜찮아지겠지 하던 것이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언제 끝날 거라는 기약도 없이 하염없이 외출을 자제하고 만남을 줄여간다. 거리에는 마스크 낀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갈 길을 재촉하고 도시는 그 여느 때보다 고요하다. 개학은 미뤄지고 소란스럽던 학교도 침묵만 지키고 있다. 일터가 회사에서 집으로 바뀌고 늘 하던 산책이나 외식도 조심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인 집에는 답답함과 지겨움이 고인다. 춘분이 지난 지 옛날 이건만 우리에게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것쯤은 정말 괜찮다. 집에 갇혀 지겨움을 몸부림치는 아이들을 위해 각가지 놀이법을 검색하고 장난감을 산다. 여차하면 이번 기회에 지루함을 견디는 법을 연습하자. 카페 대신 몇백 번 젓고 저어 요즘 유행하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먹고 오랜만에 홈메이드 음식으로 배를 채우자. 봄나들이야 올해만 봄이 오는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파탄난 가정경제가 문제긴 하지만 산 입에 풀칠이라도 하며 버티자.


코로나 19로 생사를 다투는 분들이 있다. 촌각을 다투며 생을 지키기 위해 힘겹게 싸우고 계신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일상으로 돌아오실 수만 있다면 우리가 견뎌야 하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일선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애쓰시는 분들에 비한다면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니다.


마스크를 끼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일. 어렵지 않다. 이 정도는 할 수있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자. 곧 우리에게 진짜 봄이 올 테니. 우리 모두가 함께 즐기는 그런 봄이 곧 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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