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흔적이 꼬리를 물고

by pahadi



독특한 시력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슬로우 비디오>. 잔잔한 휴머니즘을 담은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 끝은 꼭 해피엔딩 이어야 하고.


이 영화를 더욱 인상 깊게 해 준 것은 OST다. 강백수의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라고 별 일 아닌 듯 담담하게 노래하는 목소리가, 별들이 쏟아지고 강물이 솟구치는듯한 아름다운 노랫말이 참 좋다.


영화를 보고 얼마간은 이 노래를 자주 들었다. 혼자 길을 걷는데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났다. 오랜만에 들은 노래는 역시 여전히 좋았다.


듣다 보니 강백수라는 재미난 이름의 가수가 궁금해졌다. 검색을 해보니 가수이자 시인이란다. 이런! 역시 시인이었어. 그러니까 이렇게 아름다운 가사를 썼지.


우리가 서 있는 지금 이 곳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걸
우리가 만나는 지금 이 순간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시간이라는 걸



그가 출연한 세바시도 봤다. 일기가 쓰기 싫어 꼼수로 동시를 썼다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칭찬받았던 기억으로 시인을 꿈꾸고 친구 따라 밴드 하다 가수가 되었다. 그런 사소한 일들이 모이고 모여 시인이자 가수인 강백수가 되었다.


우리 모두가 훌륭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그. 훌륭한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그때그때 우리에게 들려오는 사소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를 보면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노래 <보고 싶었어>로, 가수 강백수에서 시인 강백수로 그리고 그의 시와 노래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의 흔적들이 참 고맙다. 혼자가 아니라고, 끝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참 위로가 된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멋지고 아름다운 것들이 아직도 많다. 그래서 좀 천천히 오래 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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