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 비야

by pahadi



비가 내린다. 창밖으로 바라보는 비는 언제나 나의 감수성을 자극하지만 빗길을 걸을 때 신발에 스미는 그 척척함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멀리서 보아야 사랑스럽다. 비야, 너도 그렇다.


그래도 비가 와서 좋다. 우리 집 목마른 화분들이 목을 축이고 미세먼지도 씻겨나가 공기도 맑다. 어제까지 35도를 넘기며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비 구경하느라 할 일을 잊은 듯 시원하다. 무엇보다 오늘은 밖에 나갈 일이 없다.


어제 널어둔 빨래가 기어이 습기를 되먹었지만 배부르면 너도 뱉어내겠지. 부동산 값이 난리라고 연신 뉴스에서 떠들어대지만 내 한 몸 뉘일 곳은 없겠나. 5분 안에 완성되는 뜨끈한 라면까지 곁들이니 꽤 괜찮은 날이다.


아마도 이 비가 어젯밤 나를 괴롭히던 근심 걱정까지 쓸어가버렸나보다. 자주 오너라. 말간 비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Life is the 회색 티셔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