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the 회색 티셔츠

by pahadi


빨래를 널다가 회색이 된 연분홍 티셔츠를 발견했다.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을 구분해서 빨았는데 실수로 섞여 들어간 모양이다. 몇 번 입지도 못했는데 집에서나 입어야겠다. 이렇게 잠옷 같지도 않은 잠옷들만 늘어난다.


인생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 그 어떤 방법을 써도 회색 티셔츠를 다시 연분홍 티셔츠로 돌릴 수 없다.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옷감에 배어든 진한 얼룩처럼 생의 순간순간은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들이 얼룩덜룩 모여서 '나'라는 인간이 된다.


그래서 좀 신중하게 살아보려다가도 (빨래도 잘 분류하고) 도미노처럼 밀려오는 하루하루를 살아 내다 보면 '에라, 모르겠다'싶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회색 티셔츠가 된 연분홍 티셔츠가 늘어간다.


그래도 괜찮아. 별일 아니야. 티셔츠 하나 없다고 큰일 나지 않아. 벌써 몇 번째라고 해도 괜찮아. 이참에 더 예쁜 걸로 하나 사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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