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이 되면 초등학교에 가야 하고 6년을 마친 후 중학교에 입학, 3년 후 고등학교에 입학. 그다음에 대부분 대학에 갈 것이고 취업을 할 것이고 여차하면 결혼을 할 것이고 누군가는 아이를 낳을 것이고 남은 시간 동안 노후를 준비해야 하고.
인생은 과업의 연속이고 어린 시절에는 누가 시켜서, 커서는 책임과 의무로 해야만 하는 일들이 넘쳐난다. 테트리스처럼 쌓여가는 할 일들을 차례로 클리어하고 나면 어느새 해는 지고 내 몸은 녹초가 된다. 늦은 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옆으로 누워 스마트폰 위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일뿐이다.
이 바쁜 인생에서, 효율이 최고인 이 도시에서 가장 멋진 단어를 꼽으라면 나는 '그냥'을 말하고 싶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닌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냥'하는 일. 이 얼마나 멋진 가. 온갖 규칙과 의무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세상을 벗어나 '그냥' 좋아서 하는 일. 나는 이 '그냥'이 우리의 원초적인 생명력이라고 생각하다. 모든 것이 변해도 변하지 않을 근원적인 생명력. 좀 더 길게 말하자면 '그냥 좋아서'
그래서 나는 그냥 꽃을 기르는 사람이 좋고 그냥 운동을 하는 사람이 멋지고 그냥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행복해 보이고 그냥, 그냥 사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나도 누군가 너는 그 일을 왜 해?라고 물으면 그냥. 너는 왜 그렇게 살아?라고 물으면 그냥.그냥, 그냥이라는 말로 충분한 인생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