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만 않으면 괜찮아

by pahadi


나는 생각한다. 하루에 30분이라도 매일 글을 쓰면 언젠가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렸을 때 인형을 무척 좋아했다. 미미, 쥬쥬 등 공주옷을 입은 인형들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이집저집 친구네를 돌며 인형놀이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과이자 기쁨이었다.


장난감 가게에 신상 인형이 나올 때마다 최대한의 연기력을 끌어내 눈물 콧물을 흘리며 드러눕기를 시전 했다. 그렇게 얻어낸 전리품이 가득가득 쌓이는 만큼 인형 옷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꿈도 무럭무럭 자랐다.


인형에게 예쁜 옷을 입혀주는 게 참 좋았다. 정확한 직명은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인형에게 입힐 예쁜 옷을 그리고 만들 테니 어디엔가는 분명 있는 직업일 것이다. 하지만 인형 옷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인형 옷 디자인과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세상은 내가 아는 것들로만 이어졌다. 중,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레 인형과는 멀어졌고(멀어져야 했고) 평범한 과에 누구나 아는 직장인이 되었다.


지금 우리 집에는 고르고 골라 남겨둔 타미 인형 몇 개가 있다. 예전에 가지고 놀던 미미, 쥬쥬 보다 나이가 더 많은 빈티지 인형들이다.


인형 옷 디자이너가 되는 어릴 적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틈틈이 인형들에게 옷을 만들어 준다. 바느질, 재봉틀도 인형 때문에 시작했다.


그 외 숱하게 나를 스쳐갔던 꿈들이 떠오른다.

인형 옷 디자이너가 되지는 못했지만 인형 옷을 만들고

화가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림을 그리고

작가가 되지는 못했지만 글을 쓴다.


잊지만 않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꿈은 이어진다. 이만하면 괜찮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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