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없음

by pahadi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휴대전화를 켰다. 이런. 액정이 깨져있었다. 언제 깨졌는지 모르겠다. 내가 한 짓이 아닐 거라고 믿고 싶다. 남편인가? 아들인가?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대충 인터넷으로 견적을 알아보니 2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산지 고작 3개월이 된 휴대전화다. 약정이 몇 년이나 남아있는데. 아침부터 속이 쓰리다.


오늘따라 더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에 옷깃을 여미고 가까운 서비스 센터로 갔다.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렸다. 내 차례가 되어 마른침을 삼키며 묻는다.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로 바뀌었다. 예상대로 꽤 많은 비용이 나왔다.


전문가의 손을 거쳐 반들반들해진 액정을 쓰다듬는다. 새 휴대전화처럼 깨끗하다. '그래, 이 정도는 별일 아니지.'


집에 도착해 습관적으로 우편함을 살핀다. 커다란 봉투가 작은 우편함에 꾸역꾸역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건강검진결과서다. 쿵쾅대는 마음으로 급하게 봉투를 찢는다.


"이상 없음"


깨진 휴대전화 따위는 인생에서 정말 아무 일도 아니다.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꽤 기분 좋은 날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잊지만 않으면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