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역치

by pahadi


책을 읽는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다 잘 될 거야.

각양각색 위로의 글귀를 옮겨 적는다. 위로를 모은다.

또박또박 눌러쓴 검은 잉크 자국을 동아줄 삼아 살아내야지.

저축하듯 꼭꼭 가슴에 묻어둔다.

급할 때 꺼내쓸 수 있도록.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걸까?

나란 인간이 위로가 필요한 인간인 걸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위로에 대한 역치가 낮다는 것.

이까짓 것도 나에게는 항상 위로가 된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경비아저씨.

보도블록 사이 빼꼼 고개를 내민 민들레.

바람을 타고 내 품에 안긴 바스락 낙엽.

몇 해 전 오늘 만났던 제주의 푸른 바다 사진.

너무 애쓰지 말자는 너의 문자.


분명 신이 시련만 주신 건 아닌 것 같다.

따뜻한 눈빛 하나에도 다시 살고 싶어 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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