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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하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벌써 안녕
by
pahadi
Nov 25. 2020
지나간 시간은 참 빠르다. 특히 2년이라는 시간은 더욱 빠르다. 이 집에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전세 2년 만기가 다 됐다.
새 집을 알아보면서 은행에 갔다. 은행에서 대출을 알아보다니 새삼 나이가 실감 난다. 빼도 박도 못하게 어른이구나.
여러 서류가 필요하여 주민센터로 이동했다. 동사무소라는 말이 더 익숙하지만 이제 주민센터라고 해야지. 낯선 단어들을 업데이트하며 뒤처지면 안 된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초본을 뽑는데 몇 장인지. 참 길기도 길다. 출생신고부터 오늘까지 내가 살아온 곳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이사도 많이 다녔다. 이제 이 종이에 한 줄 더 적히겠지.
서울, 안성, 천안, 목포를 지나 다시 서울, 광명, 안양에 살고 있다. 내게 떠남은 꽤 익숙한 것. 떠난다는 것이 미래나 계획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버렸다. 크게 정 붙이지 않고 함부로 뿌리내리지 않는다. 언제든 가볍게 떠날 수 있게 가볍게 머무를 뿐이다.
남편은 인천 토박이로 취업 때문에 고향을 떠나기 전 27년 동안 한 동네에서 자라고 살았다. 여전히 시부모님이 살고 있는 그 동네에 가면 남편 입에서 쉴 새 없이 추억이 쏟아진다.
대학교 입학 후 처음 아르바이트했던 슈퍼, 독서실 아르바이트하고 친구 들고 단골 삼아 들리던 치킨집, 처음 혼자 버스를 타고 게임 CD를 사러 갔던 백화점, 지금은 사라진 단골 pc방, 친구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빵집.
곳곳에 흩어져 연기처럼 희미해진 내 추억들과 달리 남편의 추억은 항상 생생하게 머물러있다. 가끔은 그게 참 부럽다.
내 자식은 한 곳에 머무르며 살게 해주고 싶은데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 너도 벌써 세 번째 집이구나.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롭게 적응해야 할 아들 생각에 한쪽 가슴이 시큰, 어린 자식을 데리고 이리저리 살 집을 찾아 헤매었을 부모님 생각에 다른 쪽 가슴이 시큰하다.
가을이라 그런가. 이별을 앞둬서 그런가. 눈가까지 시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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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허무하게 무너지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갑니다. 꽤 괜찮은 나날이 모두 모여 꽤 괜찮은 인생이 되기를. 평범한 하루를 글과 그림으로 특별하게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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