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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Aug 22. 2016

고양이의 밤산책

산책냥이로 살기

고양이의 행복이란 뭘까.


솜이는 이제 곧 세상에 나온지 6개월이 된다. 예방접종을 마친 4개월 차 때부터 집 앞 탄천에서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같이 바람도 쐬면서 살고 싶어서 산책을 시켜봤는데 예민하거나 겁이 많은 편은 아닌 것 같아서 이후로 종종 빨간 몸줄을 하고 밖에 나간다. 목줄과 가슴줄이 붙어있는 산책용 줄.



집고양이는 밖에 못 나가게 하고 실내에서만 키우라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밖에 나가기 시작하면 호기심 많은 고양이는 밖에 내보내달라고 보채기도 하고, 그러다 열린 문이나 창문 밖으로 나가서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원래 겁과 조심성이 많은 고양이는 경적 소리나 아이들 소리 등 큰 소리에 놀라면 안겨있다가도 펄쩍 뛰어 어딘가로 숨어버릴 수 있고, 몸줄이나 목줄을 하고 있더라도 유연해서 빠져나가기도 한다고.


고양이에게 밖은 위험한 공간이다. 길고양이의 수명은 집고양이의 절반 밖에 안 된다고 한다. 길의 음식을 잘못 먹을 수도 있고, 사나운 짐승을 만날 수도 있고,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고, 차에 치일 수도 있고, 병에 걸려도 돌봐줄 이도 없고.. 등등 실내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훨씬 안전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거.



그리고 고양이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산책에 적합한 동물은 아니다. 산책로에서 한 방향으로 걷지도 않고, 자꾸 풀숲으로 기어들어가기 일쑤이고, 산책줄을 당긴다고 따라오지도 않고, 이름을 부른다고 돌아오지도 않는다. 개에게 사람은 주인이지만, 고양이에게 사람은 좀 친근한 집사인 것을.


그래서 사람과 산책하는 고양이를 산책냥이라고 이름지어 부른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문 밖에도 나가기 싫어하고, 밖에 나와서도 숨을 곳만 찾고 어디로 튀어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보통의 고양이는 동물병원에 가거나 할 때에 이동장에 넣어서 외출한다. 남의 집 개는 실외에서 흔히 보아도 남의 집 고양이는 사진으로만 존재하는 이유.


산책을 다니다보면 고양이를 신기한 듯 쳐다보고 고양이가 산책하는 거 맞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러다 만난 분에게 근처에서 고양이 잃어버린 얘기도 듣고, 산책줄을 매지 않은 개에게 물려 사고난 누군가의 이야기도 듣고. 그 얘긴 정말 무서웠음;; 고양이산책괴담 급..


솜이 못생긴 거 아니지? 각도가 그런 거지?
벤치에서 식빵을 구워요

솜이의 산책도 항상 조심스럽긴 하다. 다행히 어려서 뭘 모를 때부터 밖에 나와 겁은 덜 먹는 것 같고, 평소에 예민하지 않은 성격이라 소란스러운 환경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것 같긴 한데, 차 옆으로 지나갈 땐 경적 소리에 놀랄 수 있으니 힘주어 안아주고, 내 긴 머리카락 속에 머리를 숨겨주기도 하고, 최대한 찻길을 피해서 안쪽 길로 걸어다니는 편. 산책로에서는 주변을 살피고 있다가 산책 중인 개가 지나가면 들어올려 안아준다.


솜이도 가끔 놀라서 안겨있다가 어깨로 올라갈려고 할 때도 있음. 한번 뛰어내리려고 한적도 있고. 그래도 몸줄을 하고 있으니 멀리 가버리진 못하지만. 몸줄은 몸에 맞으면 빠지진 않을 것 같은데 유연한 고양이가 몸줄을 빼기도 한다는 건 상상이 잘 안 가긴 함. 집사가 줄을 놓치거나 몸줄이 아닌 목줄만 한 경우가 아니었을까..


집에서부터 탄천 산책로로 내려가기 전까지 안겨가는 길에선 잠시 긴장했다가 산책로에 도착해서 바닥에 내려주면 풀 냄새를 맡고 풀잎을 뜯고 벌레를 쫓아다닌다. 그리고 소란스러운 낮보단 밤의 차분한 분위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음.



밖에 다녀서 벌레에 물릴 수 있으니 심장사상충/기생충 예방약(레볼루션)은 매달 접종한다. 아직은 고양이 상태도 볼 겸 매번 동물병원 들러서 접종하고 있는데, 레볼루션은 바르는 약이라 집에서 직접 접종하는 경우도 많은 듯. 그리고 실내에만 있는 고양이는 모기가 돌아다니는 여름에만 접종하기도 한다고. 근데 국내에서 많이 쓰는 애드보킷이나 레볼루션 같은 기생충 예방약들이 독성이 강하다는 얘길 들어서 매달 접종을 하는 게 고민되기 시작했다. 피부에 바르기만 해도 스며들어 피 속에 기생충 알이나 새끼를 죽인다는데 독성이 얼마나 강할지 가늠이 되긴 하지..




고양이의 행복이란 뭘까.



사람의 행복도 모르겠긴 하지만.., 일단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이상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위험하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는 일도 있을 수 있고 우리가 함께 해보고 싶어서 선택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얼마나 좋은지와 얼마나 해로운지를 비교해야하는 일도 있겠지.


나 자신의 일인 사람의 일도 참 어려운데 남의 일인 고양이의 일을 고양이 대신 선택하는 것도 참으로 고민이 되는 일이다. 고양이의 행복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밥 잘 먹구 잘 자구 바람도 느끼고 장난도 치고 눈도 맞추고 체온도 느끼고 그렇게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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