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미안
솜이의 세번째 목욕.
고양이는 땀도 안 나고, 몸을 더럽히지도 않고, 그루밍을 열심히 해서 냄새도 안 나고 깔끔한 동물이어서 목욕을 안 시켜도 된다는 얘기도 있던데 솜이는 털도 하얗고 가끔 산책도 나가니까 목욕은 한달에 한번 정도. 평소엔 하루 한번씩 물티슈로 몸을 닦아준다. 얼굴 살살, 귀 안쪽 마사지, 손 발 젤리, 마지막으로 몸 전체를 스윽.
평소엔 털이 복슬복슬 통통해 보이지만, 배를 만져보면 배도 홀쭉하고, 물에 적셔보면 뼈 밖에 없이 앙상하다.
준비물: 세숫대야, 딥클렌저+샴푸+린스 (3개 세트로 팔더라능), 수건 많이, 그리고 솜이.
<차례>
1. 솜이를 욕실에 넣는다. 문을 닫는다.
2. 솜둥절
3. 세숫대야에 넣고 샤워기로 몸을 적신다. 물 온도는 차가우면 안됨. 체온과 비슷하게. 귀와 코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
4-a. 딥클렌저로 손에 거품내서 고양이 털에 문지르고 헹구기
4-b. 샴푸로 반복
4-c. 린스로 반복
5. 목욕 시간은 최대한 짧게. 감기 걸릴 수 있음.
6. 수건으로 닦고 드라이기로 말리기. 드라이기 소리를 싫어하므로 바람 약하게.
7. 솜이의 그루밍
이런 표정 짓지마 ㅠㅠ 집사가 학대하는 것 같잖니.
목욕의 과정 중에서 물이 차 있는 대야에 몸을 담그는 걸 제일 싫어하는 듯. 샤워기에 놀라는 고양이는 물을 받아놀고 손으로 끼얹어주면 된다는데 솜이는 샤워기나 손으로 끼얹는 것의 차이는 없어보임.
생각보다 목욕을 그렇게(?) 싫어하진 않는 것 같다. 물론 싫어서 발버둥치고 냐앙 냐앙 하면서 어깨로 피신할려고 하긴 하는데 평소에 내가 샤워하고 나올 때마다 물 묻은 욕실에 들어가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구경하는 걸 보면, 욕실에서 목욕을 한 경험이 다시는 욕실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트라우마를 남기진 않는 것 같음.
목욕 끝. 타월 3개로 닦아줌. 오늘은 너무 더워서 드라이기로 말리는 건 괜찮지 싶어 생략..했는데 (드라이기 앞에서 가만히 있는 것도 괴로우니) 저렇게 힘들게 오랫동안 그루밍하는 걸 보니 차라리 바람으로 말려줬으면 그루밍을 덜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음. 선풍기 바람이라도 쐬라고 선풍기 앞에 갖다놨는데 솜이는 선풍기 바람이 나오면 도망간다. 더울 때도 선풍기 쐴 줄을 모르는 고양이.
신기하게도 그루밍을 하면 털이 마른다. 뭐지 물기를 혀로 먹는 건가. 혀와 목이 아프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온 몸을 꼼꼼히 그루밍.
그리고나면 아이 피곤해
목욕을 시키는 게 맞는 건지 안 시키는 게 맞는 건지 매번 고민이 되는. 다 끝나고 나면 본인(아, 본묘...)도 뽀송뽀송 개운한지 신나하는 거 같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