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병원가기

정자역 B4U 비포유동물병원

by 앵콜요청금지

고백하자면 나는 나쁜 집사로 집사 인생을 시작했다.


사실은 선한 의도를 가진 서툰 초보 집사였지만 서툰 것은 때때로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태어난지 두 달이 되지 않은 솜이를 우리집에 데려와서 첫주에, 나 때문에 솜이가 병원 행차를 했다. 5일 째 되는 날이었는데 집에 들어가는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솜이가 뛰쳐나왔다. 아기고양이이기도 하고 놓치면 큰일 날 것 같은 마음에 겁나서 문을 얼른 닫으려고 하는데 솜이가 오른쪽 앞 발을 끼었다. 솜이는 꺅 하고 소리를 지르고 나도 놀라서 문을 다시 열었는데 살펴보니 솜이가 앞 발을 절룩거린다.


너무 놀라서 쿵쿵거리는 가슴을 안고 솜이를 껴안고 잠시 울다가 정신을 차리고 근처 동물병원들에 전화를 했다. 울다가도 저녁 8시가 다 되어가는 이미 늦은 시간이라 더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듯. 다행히 가까운 곳 중에 하나가 진료시간이 끝나지 않아 솜이를 이동장에 넣고 덜덜 떨면서 병원에 갔던 것 같다.


현관문 밖으로 달려나가도 겁나서 멀리도 못갔을텐데, 그냥 둘 껄. 그땐 그런 생각을 전혀 못해서 그만.


병원에선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다행히 뼈에 무리는 없고 근육이 놀라거나 해서 힘을 못 주는 거 같으니 하루 이틀 더 지켜보라고 하고 항생제(아마도?)를 처방해주었다. 불린 사료 위에 솔솔 뿌려줬던 기억이.


그리고 정말정말 다행히도 다음 날 아침이 되니 솜이는 말짱하게 걸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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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일도, 병원에 다녀온 후에도, 솜이는 화도 내지 않고 삐지지도 않고 원망의 눈길 한번 보내지 않고. 그렇게 나를 용서해줬다.


그 후, 첫 예방접종하러 가던 날

이렇게 쪼끄만 애가 발을 절게 되었다면 ㅠㅠ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철렁.


뭐가 뭔지 모를 때 이렇게 막 내놓고 밖에 걸어다녀서 지금 산책을 할 수 있는 건가. 저 젤리통을 너무 좋아해서 걍 통 째로 들고 나갔다. 너무 쪼끄매서 통 밖으로 뛰어내리지도 못 했던 때. 용기도 체력도 없는.

두번째 예방접종하러 가던 날


그렇게 해서 인연을 맺게 된 비포유동물병원. 주말 및 평일 늦은 시간에도 진료를 해서 너무 좋음. 다른 동물병원은 안 다녀봐서 비교는 못 하지만 이곳에 만족하고 다니고 있다.


병원에 고양이 진료대기실이 따로 있어서 안락하고 좋다.


애기 같아 안겨있네

병원 입구는 동물용품을 파는 공간이다.

미용이랑 사진촬영도 하는 듯.



어떤 일들은, 그 일이 벌어졌다면 하고 상상하기만 해도 너무나 아찔해서.. 벌어지지 않음에 깊은 안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안도감의 깊이만큼 지금의 나의 평안은 우연한 확률의 운 때문인 것만 같아 더 불안해진다. 내가 스스로 야기할 수도 있었던 불행은 운이 좋아 피한 것이지 언제고 나에게 닥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자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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