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앵콜요청금지 Sep 02. 2016

비오는 날의 고양이

여름만큼 자랐다

솜이가 아침부터 냐옹냐옹 유난히 울고있어서 뭔가 하고 거실로 나가봤더니 오랫만에 내린 비에 굴러떨어지는 유리창 밖의 물방울을 보고 애타게 낑낑대고 있었다. 손으로(아니아니 앞발로) 유리창을 더듬어보지만 잡히지 않는 물방울. 그렇게 유리창만 쓰다듬다 아쉬운지 한참을 쳐다본다.


또르르 구르는 물방울을 올려다보느라 뒤로 넘어갈 뻔. 그와중에 얌전히 앞으로 모은 두 발이 예쁘다.


뭐가 궁금한지 두 귀가 안테나 마냥 쫑긋.


물방울을 잡게 해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구나 ㅋㅋ 이게 밤하늘 별이라도 따주고 싶은 연인의 마음인가. 창 안쪽에 물뿌리개로라도 뿌려줘야겠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만해도 이렇게 조그맣던 아이가 여름이 지나고 부쩍 커버렸다. 이젠 정말 고양이. (예전엔 고양이 아니고 그냥 굴러다니고 낑낑대는 솜뭉치 ㅋㅋ)


솜이가 여름만큼 자라는 동안, 나의 셀 수 없을 차례의 여름도 지났다. 이제 벌써 파란 바람이 분다. 바람에서 가을의 색이, 가을의 향이 나는 듯.



매거진의 이전글 고양이와 사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