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 가나코
나 자신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구절이 눈에 콕콕 박히는 요즘이다.
얼마전 리뷰를 썼던 인문서인 <피로사회> 에서도 그렇고, 소설책인 <사라바> 에서도 그렇고, 그런 말들만 눈에 박혀서 머리를 맴돈다.
"너도 네가 믿을 것을 찾아. 너만이 믿을 것을.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면 안돼. 물론 나하고도, 가족하고도, 친구하고도. 그냥 너는 너인 거야. 너는 너일 수밖에 없는 거란 말이야."
(...중략)
"네가 믿을 걸 누군가에게 결정하게 해서는 안 돼."
p.294
2권짜리 장편소설이자 주인공 남자아이가 삼십대 어른이 될 때까지를 그린 성장소설인 <사라바> 에서, 주인공은 눈치는 빠르지만 약삭빠르게 굴지는 않고 모두에게 호감을 받는, 조용하지만 매력적인 사람으로 자라난다. 모두의 집이 그렇듯 주인공의 집도 그들만의 가정사가 있지만 너무나도 제멋대로 괴이하게 구는 사고뭉치 누나는 정말 골칫덩이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아슬아슬했던 청소년기와 자신만만한 이십대를 화려하게 보내고 시시한 어른이 된 아유무는 그간 내심 무시했던 누나에게, 너만의 신(중심)을 가지라며 충고를 듣는다. 아무와도 어울리지 않고, 싫어하는 행동만 골라하고,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학교에 가지 않고 괴이하게만 행동했던 누나에게 말이다. 그런 누나의 충고를 인정할 수 없지만 그것이 진실임을 받아들이고 어린 시절 유일하게 교감한 이집트인 친구를 찾아 재회한다.
자신의 중심을 찾으라는 건 구태의연하고 뻔한 주제지만, 머리를 맴돌고 가슴을 쿡쿡 쑤신다. 요 나이를 먹고도 바닷가의 모래성 같다. 와르르. 중심을 잡아야하는 건 알겠는데, 방법은 도대체 뭔가요.
젊음 작가의 나오키상 수상작인데 주제는 심플하고 문체는 힘이 넘치고 완성도 있는 흠잡을 데 없는 소설이지만, 개인적으로 흡족하게 몰입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 작가의 책을 다시 찾아 읽을지는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