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실버
정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유용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적다. 즉, 소음에 대한 신호의 비율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책의 마무리에 저자가 한 말이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은 점점 많아져서, 새 기종으로 바꾸고 백업을 옮길 때마다 새 스마트폰의 메모리 크기는 배가 되는데도 저장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흔들린 사진마저도 내 손으로는 삭제를 누를 수 없어서 클라우드 서비스에 업로드하거나 통째로 하드디스크에 옮겨놓는다. 이렇게 닥치는 대로 수집되는 사진 중에 내가 다시 보게 될 사진은 몇 개나 될까. 인터넷에서 맛집을 검색해서 나온 블로그 링크를 10개 쯤 눌러보면 7개는 광고 글이고, 사심없이 쓴 '순수' 방문객의 후기는 3개쯤 된다. 블로그 링크를 눌러서 본문을 읽기 전에, 블로그의 다른 글 목록을 보고 이 블로그가 바이럴 마케팅 용 블로그인지 판단해보는 시간을 먼저 가진다.
무수히 많은 소음 속에서 신호를 구분한다는 것은, 이런 정보의 홍수 세상에서 꼭 필요한 스킬이다. 강남 맛집으로 검색된 글이 수십 개 나온다고 해서 특별한 날의 데이트 장소로 골랐다가는 우울해지기 쉽상일테니까.
네이트 실버는 미국의 2008년 대선에서 49개주, 2012년 50개 모든 주의 선거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여 유명해진 통계학자이다. 정치 외에도 경제,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정교한 예측 철학으로 기대와 유명세를 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신호와 소음'은 네이트 실버가 2012년 대선 직전에 출간한 책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중심으로 통계와 예측에서 기본이 되는 베이즈 정리를 비롯하여 이해하고 유념해야 할 이론과 개념들을 소개하는 764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다. 이 두꺼운 책을 섭렵하면 온갖 것이 짬뽕된 소음 속에서도 반짝이는 신호를 짠 하고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이 책에서는 2000년대 후반의 금융 위기로 인한 경기 불황,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 2011년 후쿠시마 원자로 폭발의 재앙 등의 실패한 예측을 소개하며 충분하지 않은 정보 수집과 알지 못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지의 부족과 감정에 치우친 판단을 경계하여 정직하고 일관성있는 예측을 하라고 주장하고 가르침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네이트가 운영하는 "파이프서티에이트" 사이트에서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쪽에는 낮은 확율을 예측한 것을. (그나마 여론 조사 등 다른 분석 예측 기구보다는 높은 확률을 예상했다고는 한다.)
책은 사실 번역도 훌륭(!)한 편은 아닌 듯하고, 사례와 분석도 장황하게 열거되어 있어 네이트가 얼마나 훌륭한 통계학자일지는 몰라도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겨우 읽어내고 내린 결론은, 좋은 예측을 하고 실수를 피하기 위한 기본을 갖추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분석해야 할 데이터와 속한 분야의 특성을 이해하는 일인 것 같다. 교과서적인 결론을 느끼고 약간은 침울해졌다. 항상 그렇다. 돌고 돌아 결론은 지름길은 없다는 것.
트레바리 라는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독서 모임에 가입했다. '신호와 소음'은 그 모임에서 선정한 첫번째 책이었는데, 사실 책도 두껍고, 읽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니 읽기가 더 힘들었다. 늘 좋아서 읽던 소설책도 아니고 ㅠ
트레바리의 독서 모임은 분기마다 테마 별 모임 참가자를 모집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클럽장이 있는 모임과 아닌 모임의 참가비가 다르다. 1달에 한 번 정해진 책을 읽고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고, 그외 비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첫 모임에 다녀오는 길.
언제든 어떻게든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회사에서도 에너지를 쏟고, 퇴근 후에 다시 집중하려니 더 피곤하네. 시간도 늦었고 고양이를 보러 얼른 집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