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도 간다
눈이 오고,
고양이는 흩날리는 눈을 보고,
나는 눈을 보는 고양이를 본다.
그리고 나는 하얗고 포근한 것들에 둘러싸여 있는 이 순간에 갇혀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이대로 모든 것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않고. 과거의 행복들은 그 앞뒤에 괴로운 일과 함께 했고, 앞으로의 행복한 순간도 어떤 버거운 일들을 극복하고 지나가야 오리라는 것을 안다. 차라리 평온한 어떤 순간에서 멈춰버리고 싶다고.
눈이 오고 또 오길 이번 겨울 내내 바랬다. 고양이와 그 풍경이 너무 잘 어울려서, 솜이가 신나서 쳐다보는 게 좋아서. 그 모든 것이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아서.
길은 이리도 미끄럽지만, 펑펑 내리는 눈 구경이 흡족한 겨울이다. 추워서 언제나 싫어만 했던 계절이었지만. 그리고 그 겨울이 가고 있다.
새 봄은 또 어떤 날이 될까.
걱정 반 기대 반.
솜이의 첫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 너의 첫 한 해는 어땠을까. 나와 우리와 행복했을까 흡족했을까. 이렇게 사는 것이 참 좋다 생각했을까.
그리고 나는 어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