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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Aug 02. 2017

마성의 아이 (십이국기 외전)

오노 후유미

알겠어? 누구나 여긴 자기가 살 곳이 아니라고 생각해. 누구든 한 번은 말하지, 돌아가고 싶다고. 돌아갈 장소 따위는 없어. 그래도 말해. 이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으니까.
여기는 진짜 세상이 아니야. 여기는 진짜 집이 아니야. 진짜 부모가 아니야.
여기서 도망치면 어딘가 살기 좋은 세상이 있다고 생각하지. 나를 위해 준비된, 나에게 맞추어진, 그림으로 그린 듯한 행복이 넘치는 세상이 있다고 생각하지. 그런 건 없어. 사실은 어디에도 없는 거야, 히로세.
히로세, 그런 전부 동화야. 산다는 건 때때로 괴롭지. 인간은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어 해. 그런 알겠어. 네가 동화 속으로 도망치려는 기분은 말이야.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아니지. 나쁜 짓이라고 할 수 없어. 그래도 사람은 현실 속에서 살지 않으면 안 돼. 현실과 마주보고 어딘가에서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되고, 죄 없는 동화라도 언젠가는 그만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이 사람도 결국은 이해해 주지 않는 것인가. 역시 같은 편이 아니었다. 이 남자도 결국은 이 세상 사람에 불과했다. 고토는 히로세를 이해할 수 없고 히로세도 고토를 이해할 수 없다. 너무 멀다. 세상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 하얀 꽃이 핀 낙원으로. (...)
여기서 도망치면 어딘가에 살기 좋은 세상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모든 이들이 자신을 이해해 주는, 자신에게 맞추어진 세상이. 돌아가고 싶다. 여기는 내가 살아갈 세상이 아니다. 누구도 이해해 주지 않으니까. 사라져 버려. 이런 세상 따위 죽어 없어져라. 이해해 줄 사람은 다른 세상에 있다.


외로움과 고독함이 느껴지는 이야기. 얼마나 많은 순간에, 도망치고 싶다고 느끼는지. 있어야 할 곳이 여기가 아닌 것처럼 느끼는지. 어딘가 가야할 것처럼 느끼는지. 이해받지 못하는 고독한 외로움을 느끼는지. 그리고 판타지 소설에서 안도를 느끼는지.


동네 도서관에 가입하려고 찾아갔는데, 알고보니 어릴 적 학생 때 가입했었더라는 그런 이야기. 그리고 그 동네 도서관에서 첫 방문에서 손에 잡히는 책을 빌려보았다. 제목이 끌려 읽고보니 십이국기의 세계관에서 반대쪽 현실 배경을 그린 십이국기의 외전 격인 책이었다.


후루룩 읽어넘겼던 십이국기가 다시 읽고 싶어졌다. 시리즈를 끝까지 다 읽었던가 기억도 잘 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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