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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Dec 25. 2018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 문유석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더 할말이 없다. 이보다 이 책의 주제를 잘 나타낸 말은 없다. 제목부터 끌렸고(요즘처럼 국가주의가 넘치는 시대에 개인주의라니...) 첫 문장부터 끌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구절에 와서는 완전히 감정이입까지 되고 말았다. 나는 문유석 판사 생각의 대부분과 그의 성향의 상당 부분이 나와 겹친다는데에 경이로움까지 느끼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러면 훗날 내게 기회가 오더라도 이런 책은 쓸 필요가 없게 된다. 이 책이 그냥 그런 많은 책들 속에 묻히지 않기를 바란다.
- 손석희 앵커의 추천사


유명인들이 추천한 여름 휴가지에서 읽으면 좋은 책 목록을 훑어보다가, 이영하 작가가 추천하는 <밀레니엄> 장편 소설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명사들이 추천한 고전 명작들의 제목을 보면서, '여름 휴가지에서 읽으면 좋은 책'이라는 타이틀을 이해하고 대답한 사람은 이영하 작가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이영하 작가가 추천한 <밀레니엄>이라는 이 소설을 읽고 너무나 맘에 들어서, 다른 신뢰가는 사람이 추천하는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제일 처음으로 떠오른 손석희 앵커의 추천 책을 검색했더니 바로 이 책이 나왔다.


살아가며 일하며 만나는 불합리한 일, 안타까운 일, 분노하게 만드는 일에 대해 글을 쓰고 나면 나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 모두는 결국 개인과 개인이 모여 사는 '사회'에 대한 생각들이다. 왜 소소한 일상 속을 살아가며, 책을 읽으며, 영화를 보며, 신문을 읽으며, 일을 하며 자꾸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분명히 난 내 삶이 우선인 개인주의자고, 남의 일에 시시콜콜 관심 없으며, 누가 뭐라 하던 내 방식의 행복을 최대한 누리며 살다 가고 싶을 뿐인데. -p.11
타인과의 비교에 대한 집착이 무한경쟁을 낳는다. 잘나가는 집단의 일원이 되어야 비로소 안도하지만, 그다음부터는 탈락의 공포에 시달린다. 결국 자존감 결핍으로 인한 집단 의존증은 집단의 뒤에 숨은 무책임한 이기주의와 쉽게 결합한다. 한 개인으로는 위축되어 있으면서도 익명의 가면을 쓰면 뻔뻔스러워지고 무리를 지으면 잔혹해진다. 고도성장기의 신화가 끝난 저성장시대, 강자와 약자의 격차는 넘을 수 없게 크고, 약자는 위를 넘볼 수 없으니 어떻게든 무리를 지어 더 약한 자와 구분하려 든다. 가진 것은 이 나라 국적뿐인 이들이 이주민들을 멸시하고, 성기 하나가 마지막 자존심인 남성들이 여성을 증오한다. -p.37


집단의 이름으로 개인을 뭉개지 말 것이며,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에 서열을 매겨 무조건 따르고 남과 비교하지 말 것이며, 나 개인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다름도 인정해줄 것이며, 집단으로부터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에게 공감할 것이며, 주체적으로 사고하여 집단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에게 최선인 것을 찾아내라고,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에 밑줄을 열심히 그으며 읽었다. 전반부보다 후반부에 주제의식이 덜 느껴져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쉬웠지만.


이영하 작가가 추천한 장편 소설, 손석희 앵커가 추천한 이 책에 이어 다음엔 누가 추천하는 무슨 책을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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