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수상 작가 윌 듀런트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신앙을 잃어버린 뒤로 나는 줄곧 이 화두를 숙고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면 종종 절망감에 빠져들 때도 있었지요. 현대의 프랑스나 독일 실존주의자들이 말하는 불안과 같은 감정 말입니다. (...) 나는 다양한 유명 인사들에게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하고 그들의 대답을 책으로 내면서 내 나름의 대답도 추가해 보자고 기획했습니다. -p.12
어느 독립 서점에서 홀린 듯 집어든 책. 퓰리처상 수상 작가 윌 듀런트 가 세계 각지 당대의 지성인들에게 편지글을 보내 받은 길거나 짧은 답장과 본인의 생각을 곁들여 편집해서 1932년에 출판된 책이다.
책에 실린 답장 중에는 냉소적이거나 유머러스한 짧은 답장도 있고,
나는 당신이 지금 세상에서 인간의 삶이 어떠한지를 설득력 있게 정리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너무 바쁩니다. 일거리가 계속 늘기만 하고 절대 줄진 않는 듯해서 제대로 편지를 쓸 시간이 없군요. 하지만 당신이 이 주제로 글을 쓰면 기꺼이 읽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인간 벌레보다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을지에 관한 당신의 조언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p.104 (미국의 외과의사, 메이요클리닉 설립자, 찰스 메이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정열을 진지하게 서술하는 답장도 있다.
당신은 "무엇이 나를 계속 살아가게 하는지" 물었습니다. 나의 대답은 모든 헛똑똑이들도 비웃을 만한 것입니다. 바로 일이지요. 나는 내 아이디어가 형태를 갖추어 구체적 결과로 귀결되는 것을 보면서 어마어마한 활력을 얻습니다. -p.117 (유니버설스튜디오 창립자, 칼 래믈리)
내가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일하고 성취하며 다른 이들도 그리하도록 돕고 싶은 욕구입니다. -p.133 (193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찬드라세카라 라만)
그리고 열심히 고민해봤지만 잘 모르겠다는 세계적인 지식인들의 솔직한 고백도.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는 모릅니다. 사실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고요. 내가 아는 건 삶이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지속되는 동안 상당히 즐거웠다는 것뿐입니다. 심지어 고난을 겪던 때도요. -p.65 (미국의 평론가, 헨리 멩켄)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 뿐입니다. 그것이 그렇게 끔찍한 고백입니까 마치 소크라테스가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생소하게 들리는지요? -p.96 (프랑스 작가, 앙드레 모루아)
마지막 장에서 작가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의미란 무엇인지, 어떻게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대우주적 시각에서 개인의 인생의 의미는 한줌 먼지 같으므로 보편적인 삶의 의미 같은 진리는 없다고. 인생의 말초적인 기쁨의 의미를 순순히 누리거나 아니면 개인의 삶을 초월한 더 큰 성취에 기여해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야한다고.
내가 말하는 비관주의자란 인생의 해악과 고난을 현실적으로 인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고난을 침착하게 대면할 수 없고 자신의 나약함 때문에 인생 전체가 무의미한 속임수일 뿐이라고 섣불리 결론 내리는 사람이지요. 어저면 그런 비관주의의 상당 부분은 자신을 하나의 개인, 완전하고 분리된 독립체로 여기는 데서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 인간이 삶의 의미를 찾으려면 자아보다 더 크고 수명이 오래가는 목적을 가져야 합니다. 이 장의 서두에 이야기했듯 한 존재는 그를 포함하는 더 큰 총체와의 관계에서만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모든 삶에 일관된 형이상학적, 보편적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어도 특정한 삶의 의미를 그보다 큰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찾아낼 수는 있겠지요. -p.201
그리고 가장 머리에 남는 문장.
어쩌면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은 살고자 하는 의미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공포뿐일지도 모른다. '사회적 본능'이라는 것은 없으며 고독에 대한 공포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 -p.181
책은 아주 얇고 글자수도 적지만, 행간을 읽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책. 책장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가 가끔씩 다시 꺼내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