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에세이

by 앵콜요청금지

제목이 참신해서 읽고 싶었다가, 책장을 펴보니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라서 닫았다가, 왠지 또 궁금해져서 다시 읽게 된 책.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저자가 정신과 상담을 받은 상담기와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기록한 것이다. 상담 내용이 글의 대부분을 차지해서 에세이로서 다른 기대를 했다면 실망할 수 있고, 정신과 상담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하다. 그런 사람에게는 강추.


나: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지금부터 찾아봐야죠. 작은 것부터요.
나: 그리고 SNS에 가식적인 삶을 올리게돼요. 행복한 척하는 것은 아닌데, 책이나 풍경, 글 같은 취향을 드러내면서 특별해 보이고 싶어 하는 거죠. '나 알고 보면 이렇게 깊이 있고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처럼요. 그리고 제 기준대로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해요. 제가 뭐라고 감히 사람을 평가할까요. 너무 상해요.
선생님: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 마치 로봇이 되고 싶은 사람 같아요. 어떤 절대적인 기준의 사람이 되고 싶은 것처럼요.
나: 맞아요. 불가능한데.
선생님. 이번 주에는 오늘 드릴 검사지(500가지 문항의 인성검사 및 증상, 행동평가 척도 검사)를 작성하고, 어떤 일탈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나: 그러게요.


정신과 상담이라는 것은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돌아보는 일을 전문가가 함께 해주는 과정인 것 같다. 그래서 자기 객관화를 잘 하는 편이거나 자신의 마음 상태를 평소에 많이 생각하고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그리 깊지 않은 정신과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상담이 크게 효과나 의미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보틀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