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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Oct 05. 2022

보틀넥

요네자와 호노부

눈에 띄게 상큼한 표지로 한창 오프라인 서점의 매대 위를 차지했던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의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책을 도서관에서 잔뜩 빌려왔다. 그중에 제일 얇아서 먼저 손이 간 책.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러 사고 현장으로 여행을 떠난 고등학생이 평행세계로 이동하는 가벼운 미스터리 물이다.


그날 나는 내가 노조미를 구했다고 생각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없었다면 다른 사람이 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였나. -p. 186


회사에서 있었던 일인데, "내가 아니었다면 이 업무와 역할을 누군가 더 잘할 수 있을텐데." 라는 그 말이 불편했다, 얼마큼 진지한 수위로 말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정해진 결말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런 누군가가 존재할 확률도 알 수가 없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시간 동안 내가 그냥 열심히 하는 게 나를 위해서 좋으니까.. 조직의 성과에 관계없이 나를 위해서, 조직이 있든 말든, 내 세상엔 내가 있어야 하는 거니까.. 그런 말이 듣기 싫었다.


나는 그냥 지금의 내가 더 잘 지내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잘 되고 일이 잘 되고 내가 속한 세상이 잘 되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세상이 잘 되기 위해서 내가 없는 게 낫지 않을까 같은, 나랑 상관없는 얘기 말고. 나 없이 세상이 잘 되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무슨 책을 읽어도, 무슨 영화를 봐도, 무슨 뉴스를 들어도, 스토리가 있는 어떤 것이든 회사일과 회사에서의 인간관계가 생각이 난다. 내 인생엔 회사 밖에 없는 걸까. 그래도 좋은 걸까. 머리를 비우고 싶은 마음과, 머리를 채우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든다. 다르지만 같은 말이다. 어떤 것을 비우고 다른 것을 채울 수 있다면.


마지막으로, 이 책 제목에 난 반댈세.

평행 세상의 다른 퍼즐을 보틀넥-병목현상 으로 비유하다니, 비유가 전혀 와닿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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