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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Mar 03. 2022

MBTI의 의미

이론물리학자의 눈으로 본 MBTI

서울대 물리학과 대학원생인데 MBTI에 흥미를 느껴 MBTI에 관한 실용서를 논문 수준으로 써냈다. 글을 이렇게 조리 있게 잘 쓴 걸 보면 P(인식-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성향) 보다는 J(판단-체계적이고 질서 정연한 성향) 일 것 같고, 감정(F-공감적/인간애적인 성향) 보다는 사고(T-분석적/객관적인 성향) 기능에 높은 점수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여러 가지 참고서적들에서 통찰력 있는 결론을 잘 이끌어낸 것으로 보아 S(감각-물질적/사실적인 것을 보는 성향) 보다는 N(직관-관념적/의미적인 것을 보는 성향) 일 것 같다. 그러니까 작가는 INTJ:과학자형 이 아닐까 -ㅁ-


칼 융은 인간의 의식 안에 4개의 기본적인 심리기능이 있다고 보았다.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사고", 가치판단을 담당하는 "감정", 주변 환경 및 신체의 물리적/생리적 정보를 감지하는 "감각", 의식 및 무의식 내의 모든 정신적 요소들을 연결하는 "직관"이 바로 그것이다. (중략) 융의 성격 이론에는 심리기능 외에도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더 있다. 의식 및 자아의 관심이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뜻하는 "의식의 태도" 개념이 그것이다. 의식의 태도에는 자아가 외부세계를 지향하는 "외향"과 자아가 내부세계를 지향하는 "내향"이 있다.
-p.18 <0장. 칼 융의 심리유형론>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브릭스(엄마)와 마이어스(딸) 모녀가 칼 융의 심리유형론을 이론적 기반으로 하여 개발한 성격유형검사다.


요즘 MBTI 가 어디서나 인기이고, 심지어 최근에 내가 본 회사 입사 지원자의 자기소개서에도 등장해서, 많이 사용되면서도 신뢰도에 의심을 받고 있는 이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져서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아주 어렵지 않으면서도 흐름과 전개가 논문 수준으로 잘 정리되어(논리의 전개가 딱딱 떨어져서 읽기가 아주 좋았다. 근데 어렵긴 어렵다) 나처럼 MBTI의 이론과 배경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강추하는 책이다. 과학 논문의 일반적인 구성 형식대로 기존의 이론을 개선하기 위한 작가의 새로운 이론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2가지 방식의 논리적 근거를 풀어나간다.



'외향형'은 외부세계의 실체적인 것들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경험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이다. 주로 외부대상에만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자기 내면의 소리에는 덜 귀 기울이게 된다. 다른 사람들(혹은 사회 보편)을 결정적 요인으로 여긴다. (중략)
'내향형'은 머릿속 혹은 마음속에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진다. 관념론자이기 쉽다. 공상적 혹은 사색적이다. 다른 사람들의 말보다 자기 내면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인다. 남들의 옳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말들에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따라 자기만의 견해와  가치관을 만들어 나간다. (중략)
'양향형'은 외부세계와 내부세계 양쪽에 관심이 많은 유형이다. 이들은 대개 풍부한 내면을 가지고 있으며, 가치관이나 이상, 비전등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관념적인 것들, 이론이나 지식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고, 박식한 편이다. 하지만 이들은 외부세계의 실체적이고 물질적인 것들에도 괌심이 많다. (중략)
'소향형'은 외부세계와 내부세계 양쪽에 대해 적당한 수준의 관심만 보인다. 이들은 나서는 것을 싫어하고 리더 역할을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 일터에서 혹은 가정에서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일한다.
-p.200 <10장. 요약: 심리유형> 중에서


SP유형: 감각형(감각을 주기능으로 사용하는 유형)
= 추상적 감각이라는 것은, 어떤 대상으로부터 감각적 요소만을 뽑아내 인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과라는 대상을 접했을 때 사과의 감각적인 요소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사과의 그 붉은 빛깔이나, 둥근 실루엣, 혹은 사과를 먹었을 때 느껴지는 새콤달콤한 맛 같은 것들에만 집중한다는 말이다. -p.147
NP유형: 직관형(직관을 주기능으로 사용하는 유형)
= 추상적 직관은 관념들을 결합하는 데 주의를 집중한다. 사람이 시나 소설, 만화 같은 창작물을 만드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여러 이미지나 개념들을 결합하여 창작물을 만들게 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때 관념들의 연결방식은 논리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추상적 직관에서 우리 자아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이러한 결합과 그것의 산물이다. 과학적 가설이나 사업 아이템, 국가 정책 같은 것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p.149
TJ유형: 사고형(사고를 주기능으로 사용하는 유형)
= 추상적 사고(eT)는 대상으로부터 일반적인 개념들만 추출해낸다. 학문 역시도 추상적 사고의 영역이다. 왜냐하면, 학문이라는 것은 여러 대상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규칙성을 추출해서 법칙들로 정리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p.152
FJ유형: 감정형(감정을 주기능으로 사용하는 유형)
= 추상적 감정(eF)은 자비나 아가페적 사랑 같은 인간애적 감정이고, 구체적 감정(iF)은 특정한 인물이나 사물에 대한 애정이나 증오 같은 개인적인 감정이다. 추상적인 감정은 대상에서 윤리적 요소, 선과 악을 추출하고, 도덕 판단을 한다. -p.153

감각, 직관, 사고, 감정의 4차원의 기능 요소는 추상적 기능과 구체적 기능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추상적 기능이 해당 성격 유형이 주로 사용하는 주기능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모든 기능을 다 사용하지만 그중에서도 네 기능이 발달한 정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발달 정도에 따라서 주기능, 부기능, 3차기능, 열등기능이라고 부른다. 주기능은 의식적으로 능숙하게 조종할 수 있는 기능이고, 무의식적으로 사용되는 기능은 아니다.


외향형(ES): 외부세계에 관심이 많고 내부세계에는 관심이 적다. 실용적/실제적인 것들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세속적인 욕심이 많다.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나 가치관이 중요한 요인이자 결정적인 요인이다. 대중문화나 유행을 가장 잘 쫓아가는 유형이다.
내향형(IN): 내부세계에 관심이 많고 외부세계에는 상당히 무관심하다. 타인이나 사회를 따르는 경향이 가장 약하다. 세속적인 욕심이 가장 적은 유형이다. 관념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지적이고 생각이 깊은 경우가 많다. 실용성이나 수익성이 없더라도 자신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한다.
양향형(EN): 외부세계와 내부세계 양쪽에 관심이 많다. 세속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대에도 열성적이지만, 정신적인 것들에도 관심이 많다. 어느 한쪽에 특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양쪽의 자원을 결합하여 새로운 결과를 창출해낸다.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다.
소향형(IS): 외부세계나 내부세계 양쪽에 적당한 관심만 보인다. 현실주의적/실용적인 유형이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가족이나 조직의 일원으로서 묵묵히 공헌하는 유형이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기에 이들의 기여가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으나, 사실은 이들이 있기에 세상이 돌아간다.

이 책의 저자는 사람의 태도 유형을 에너지가 외부로 향하는 외향성과 내부로 향하는 내향성으로만 나눌 것이 아니라, 내외부에 동시에 향하는 양향성과 내외부 어느 쪽도 향하지 않는 소향성을 포함해 네 가지로 나눌 것을 제안하고 있다.


다혈질(Ea): 쾌의 정서와 불쾌의 정서를 모두 많이 느끼는 기질
담즙질(Eb): 기쁨/즐거움 등 쾌의 정서는 잘 느끼지만, 우울/분노 등 불쾌의 정서는 덜 느끼는 기질
우울질(Ia): 쾌의 정서는 강하게 느끼지 않지만, 불쾌의 정서는 강하게 느낀다.
점액질(Ib): 다른 기질들에 비해 모든 정서를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낀다.
-p.207 <10장. 요약:심리유형> 중에서

그리고 MBTI 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 신경성에 대한 지표에 대한 제안도 언급하고 있다.


나는 대학교 상담센터에서 재미로 MBTI (그땐 ENFJ:인류애형 였던 것 같다.)를 해봤었고,

회사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DISC라는 (삼성그룹 계열사 입사 시험에 포함되어 있음. 나는 S:안정형 이었는데 그룹사 직원 중에 가장 적은 비율에 속한다고.) 성격,행동 유형검사를 했었다.

그러고 나서 정식 MBTI 검사를 받은 적은 없고 최근 유행하고 있는 16 Personalities 류의 검사로 다시 만나게 된 것 같다. 16 Personalities는 정확하게 얘기하면 MBTI는 아니고, Big5라는 성격 특질 분류 체계(이론이 아니고 5개의 성격차원 특질을 점수화해서 표현함)를 토대로 카를 융의 이론을 합쳐서 MBTI 식 명칭을 차용한 MBTI와 유사한 성격유형 검사이다. 최근에 내가 직접 해본 16 Personalities 검사에서는 INFJ(선의의 옹호자) 또는 ISFJ(용감한 수호자) 가 나오는데, 특성을 잘 읽어보면 현재의 나는 ISFJ에 가까운 것 같다.


MBTI는 개인들의 성격을 몇 가지 범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재밌고 이해가 쉽다. 하지만 그런 범주론 때문에 심리학자들에게는 혈액형 성격학 수준으로 비판받고 있다. 일반적인 확률 분포 상 개인의 성격도 칼같이 나눠질 수 있는 게 아니고 오히려 중간에 분포한 사람이 다수일 수밖에 없는데 MBTI는 개인을 16개 유형 중에 1가지에 속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5차원 성격구조인 Big5는 유형을 나누어 어떤 유형은 이렇다고 가설과 이론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통계적으로 관측된 현상을 점수화해서 설명하고 있어서 MBTI 보다 더 신뢰를 얻고 있다. 외향성, 개방성, 우호성, 질서성, 진정성의 5개 척도를 점수화한다. 하지만 점수의 높낮음이 개인의 성격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것처럼 오해되는 측면이 있어 개인의 성격을 평등한 유형으로 구분해서 설명하고자 하는 MBTI 옹호 진영에서는 오히려 비판을 받는다.


이런 점을 잘 알고 MBTI 성격유형을 대한다면 문제 되는 것은 없다고 본다. MBTI를 신뢰성을 굳이 비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 부분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잘 설명하고 있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각도 제안하고 있어서 더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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