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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Mar 14. 2022

우울할 땐 뇌 과학

앨릭스 코브

전세계적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어, WTO 에 따르면 2030년에는 우울증이 전세계 질병 부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라고 한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의 서재> 에서도 하지현 정신과 전문의가 추천한, 우울증에 대해 뇌과학과 신경생물학적인 설명을 쉽고 자세하게 풀어낸 책이다. 우울증의 과학적인 동작 체계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적절하다.


배측 선조체가 이렇게 말한다.
"항상 이 방식으로 해왔으니 이번에도 이렇게 하자."
그러면 전전두피질이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 목적지로 가는 데 도움이 안 돼."
이 와중에 측좌핵은 이렇게 말한다.
"와, 저 컵케이크 맛있겠다."
-p.119 <4장. 나쁜 습관에 갇힌 남자> 중에서


각 신경전달물질은 우울증의 각기 다른 증상에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계가 제 기능을 못 하면 의지력이나 활동 의욕이 부족해진다. 집중하거나 사고하기가 어렵다고 느끼면 노르에피네프린계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도파민계의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나쁜 습관을 갖게 되고 즐거움을 잘 느끼지 못한다. 뇌의 수십 가지 회로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려면 이 신경전달물질이 모두 다 필요한데, 이들이 또 서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일이 더 복잡해진다. 골치 아프게도 우울증은 단순히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 도파민이 부족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신경전달물질들의 수치를 높여주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도 해결책의 일부이기는 하다.
-p.37 <1장. 우울증의 뇌지도> 중에서


<블루드림즈> 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우울증은 아직 정확한 정체가 파악되지 않았다. 파킨슨병인 경우에는 어떤 특정 도파민 뉴런이 죽었는지까지 진단할 수 있고 알츠하이머병은 특정 단백질을 원인으로 밝혀낸 수준인데, 그에 반해 우울증은 증상으로 규정될 뿐이다.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다양한 신경회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쳐 발생한 복잡한 상호과정의 결과물로, 어떤 것이 원인인지 어떻게 치료가 가능한지 정확하게 진단할 수가 없다. 게다가 신경전달회로의 동작은 유전자, 성장환경, 현재 삶의 스트레스 수준, 사회적 관계의 질, 운(-ㅁ-!) 이 영향을 미쳐 사람에 따라서도 다르게 움직인다.

뇌는 기본적으로 부정 편향이 강하게 동작하도록 되어있는데 우울증에 걸린 상태에서는 부정 편향이 부정적인 기분 편향을 야기하고, 이 상태에서는 부정 편향이 더욱 강화되는 하강나선이 발생한다. 감정 회로는 부정적인 것에 의해 더 쉽게 활성화되고, 우울증 상태에서는 이런 성향이 더 강화된다. 불확실한 것이나 과거 기억을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으로 왜곡하며, 아픔 같은 자극을 더 강하게 느낀다.


이런 뇌의 부정 편향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긍정성을 주입해주어야 한다. 특히 행복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은, 만성 통증을 완화하는 약물이나 항우울제가 주로 자극하는 대상이 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하지만 약물 말고도 낙천성 뇌 회로를 강화하는 방법이 있는데, 미래에 긍정적인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과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뇌에서 생각하는 일만으로도 복측 전방대상피질이나 전전두 영역이 활성화되어 우울증에 걸린 뇌의 부정 편향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제 남은 22년 동안 어떤 좋은 일들이 일어날지 상상을 해 보자구~!


최선의 결정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은 결정을 내려라. 결정을 내리려 할 때 우리는 각각의 선택에 어떤 결점이 따를지에 초점을 맞춘다. 결정 내리기를 회피하고 싶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대체로 결정에 확신을 가질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부분적이라도 맞는 뭔가를 행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최선을 해내려 하면 의사결정 과정에 지나치게 감정적인 복내측 전전두피질을 끌어들이게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걸로 충분하다고 인식하면 복외측 전전두 영역이 더 활성화되어 자신이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
-p.154 <6장. 최선의 결정이 아닌 괜찮은 결정> 중에서

결정을 내리는 행위는 통제감을 갖게 하고, 통제감이 커지면 자신감이 커지고, 기분이 좋아지며 의사결정 능력이 상승한다. 그리고 목표를 정하고 결심을 내릴 때에는 전전두피질의 의사결정이 발생하고, 전전두피질이 하위 감각피질들을 하향통제해서 그것들이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 지시한다. 뇌의 자원이 선택과 집중해서 사용되게 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오만 사를 걱정하기보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된다. 어깨에 힘을 빼고 그럭저럭 괜찮은 결정을 내리고 지지해보자. 어떻게 모든 순간에 완벽한 결정만을 내리겠어. 제한된 리소스로.


일단 생산적인 일을 하기 시작하면 선조체와 전전두피질의 몇몇 부분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러면 정말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와 동력이 생겨난다.
-p.216 <8장. 습관을 적이 아닌 동지도 만들기> 중에서

이것은 내가 매일 일하는 방식인 거 같은데 -ㅁ- 일하기 싫어하면서 덜렁덜렁 회사에 도착하고 일단 자리에 얹아서 뭔가를 하기 시작하면 엉덩이도 떼지 않고 하루 종일 일만 한다. 도파민을 분비시키면 이후엔 알아서 돌아가는... 하지만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 날엔 어떻게 해야할까. 요즘 큰 고민 중 하나.


[행복감과 좋은 습관을 만드는데 도움되는, 세로토닌을 높이는 방법]
- 햇볕 쬐기
- 마사지 받기
- 운동하기
- 행복한 기억 되새기기

[우울증 상태를 해소하는, 바이오피드백 활용법]
- 미소 -> 긍정적인 감정이 커짐. 주변 사람도 따라 미소어서 내 기분도 좋아짐.
- 곧고 반듯한 자세 -> 자신감이 생김.
- 평온한 표정 -> 찡그리면 부정적인 감정이 커짐.
- 천천히 깊게 호흡하기 -> 휴식과 이완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계 활동이 촉진됨.
- 근육 이완 -> 스트레칭, 마사지 받기, 깊게 호흡하기


사람들과 함께 있어라. 하강나선은 혼자 있을 때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기분이 점점 처진다고 느껴지면 도서관이나 커피숍처럼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라. 사람들과 대화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p.256 <11장. 그저 사람들 속에 있기> 중에서

나 같은 MBTI 유형 중 샤이한 I(E 말고)한테는, 사람들을 만나라 보다 훨씬 안심이 되는 조언이다 -ㅁ-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해도 된다니.


행복을 느끼기 어려운 상태일 때는, 스스로 자기 안에서 행복감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서 행복한 감정을 흡수하는 것이 훨씬 쉽다. 행복에는 전염성이 있고 마치 유행성 감기처럼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퍼져나간다. 20년 동안 4천 명 이상을 연구, 관찰한 하버드 대학교 연구자들은 가까이에 행복감을 느끼는 친구가 살고 있는 경우 본인도 행복해질 확률이 25퍼센트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바로 옆집에 행복한 친구가 있을 경우 그 효과는 34퍼센트까지 올라갔다.
-p.268 <11장. 그저 사람들 속에 있기> 중에서

<행복은 전염된다> 에서 읽었던 것이 기억난다.

행복한 사람 옆에 있도록. 내가 그 행복한 사람이 되도록. 찡그린 사람 옆에 있지 않도록 하자.


우울증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에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고 딱 적당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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