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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Mar 26. 2022

메타버스 사피엔스

또 하나의 현실, 두 개의 삶, 디지털 대항해시대의 인류

책은 얇고 표지는 단단하고 예쁘다. 내용은 직관적이고 선명하다. 문장은 읽기 쉽고 흐름은 논리적이다.

그래서 가볍게 들고 읽기 좋은 책이지만, 인간이 현실과 디지털 세계 - 메타버스를 인지하는 방식에 대한 심오한 뇌과학적 설명을 담고 있다.


최근 들어 두드러지기 시작한 또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가 있습니다. 바로 '탈현실화'로, 현실을 도피하는 흐름이지요. 현실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현실이 우리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들로 가득하다 보니, 화성으로의 이주를 꿈꾸거나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디지털 현실로 도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탈현실화야 말로 코로나 이후에 가장 급격하게 가속화될 트렌드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중략) 기술적인 차원에서, 메타버스라는 현실은 10년 후에나 도입되었어야 하는 기술입니다. 그러나 팬데믹이라는 충격으로 인해 이 새로운 현실이 갑자기 시작되었고, 기술적으로 아직 완성도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자들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p.15 <1장 거대한 탈현실화의 시작> 중에서


가상세계가 뭔지 정의하려면, 가상세계의 반대인 진짜 현실은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진짜 현실이란 뭘까?

뇌에서 인식하는 현실은 동물 종마다 다르게 보이고, 심지어 모든 인간에게도 같지 않다.

각자의 뇌에서 해석된 것을 인지할 뿐이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현실이 진짜 현실은 맞는 걸까? 미래의 또는 우주의 엄청나게 스마트한 지능이 시뮬레이션한, 진짜진짜 진짜 같은 가상세계는 아닐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가상 세계가 아닌
진짜 세계일 확률이 10억 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진짜인지 진짜 같은 시뮬레이션인지 모르는 각자의 뇌가 인지한 세계에 살고 있다. 지금 알고 있는 세계도 인간 각자만의 버전이 있을진대, 인공지능이 만든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 또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 닮아 구별할 수 없는 세계가 다양하게 등장하고, 우리의 현실과 복합적으로 결합된 혼합적 다중 현실로 나타나게 될 것은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다.


인류는 30만 년 동안 다양한 현실들 안에서 분리되어 지내다가 1만여 년 전부터 한 곳에 정착하면서 문명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로 데스크톱 인터넷이 급격히 발전하자, 종종 '사이버 현실'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플랫폼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지요. 2010년대부터 우리가 애용하기 시작한 모바일 인터넷은 데스크톱 인터넷이 진화한 결과이며, 이러한 모바일 인터넷이 다시금 새롭게 진화한 형태가 바로 메타버스입니다. (중략) 메타버스는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완전한 디지털 현실에 아직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빠르면 20년,  늦어도 50년 안에 체화된 인터넷 또는 메타버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p.126 <6장 몸을 가진 인터넷>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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