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 슬레이터
작가는 심리학 실험에 대한 스테디셀러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의 저자이기도 한 심리학자 로렌 슬레이터이다. 그 책을 읽었었던가, 여기저기 소개된 책이라 표지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걸까, 책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읽은 책은 아니었나 보다. 로렌 슬레이터는 작가로서 수상 경력도 많은 유명 심리학자인데 십 대 때부터 35년 동안 정신과 약을 복용해왔고 이를 통해서 하루하루를 무사히 살고 있지만 각종 부작용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썩어가는 몸을 생각하면 끔찍이 두렵지만, 내 인생이 쪼그라졌다고 정신의학에 분노하지는 않는다. 처음 먹었던 약은 아무 효과가 없었지만, 두 번째 약을 먹었을 때는 천국으로 날아간 기분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더없이 행복하게 살았다. 달콤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며 되도록 빠르게 책과 아기를 세상에 내보냈다. 프로작의 효과가 사라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예상은 현실이 됐다. 프로작 다음으로 먹은 항우울제 이팩사도 결국 약발이 떨어졌고 나는 정신과 약 여러 개를 동시에 먹기 시작했다. 현재는 죽음을 부를 수도 있는 혼합약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나만의 혼합약에는 위험한 자이프렉사, 또 다른 항정신병제인 아빌리파이, 이팩사, 항불안제 클로노핀, 자극제 바이반스가 들어간다. 한두 개 더 있을 텐데 약이 너무 많아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 약들이 있어 나는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생산적으로 살 수 있다. 가끔 말을 하다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다. 그래도 견딜 수 있는 강한 힘을 준다면 약간의 건망증이 대수일까?
-p.10 <프롤로그> 중에서
명문대학에서 심리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 세계 스테디셀러인 책을 쓰고, 작가로서 상을 몇 번이나 받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수십 년째 약물을 복용해서 정상적인 삶을 지키려고 힘들게 노력하는 사람이라니. 여러 가지 측면에서 놀랐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 책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브로디는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지면 기분이 우울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브로디가 밝힌 빛은 또 다른 사실 앞에 꺼지고 말았다. 레세르핀 자체는 세로토닌 수치를 낮추기 때문에 우울증 환자에게 절대 맞지 않는 약이었다. 그런데 다른 연구에서는 레세르핀이 효과적인 항우울제로 증명됐다. 사실을 종합해보면 레세르핀은 우울증을 유발하고 '또' 우울증을 치료한다. 우리의 이해를 한 방에 무효로 만드는 문장이다.
(...중략) 모든 정신과 약이 그렇다. 약물과 뇌의 복잡한 화학물질에 관해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은 하나뿐이다. 우리는 약이 작용하는 방법과 이유를 과거에도 정확히 몰랐고 현재까지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은 약을 달라며 성화를 부리고 점점 복용량을 늘리고 있다. 이들은 제약회사의 단순한 설명을 무작정 믿으려 한다. "화학적 불균형"이라는 표현과 함께 시냅스 틈으로 세로토닌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은 지금도 유효하다.
-p.196~197 <챕터3. 초기의 항우울제: 삼환 분자와 정신활력제> 중에서
평생 정신과 약을 먹지 않은 성인 환자의 우울증은 23퍼센트가 1개월 내 치료 없이 완화된다. 기간을 6개월로 늘리면 67퍼센트, 1년의 경우에는 85퍼센트가 우울증에서 벗어난다. 반면 약을 먹은 환자의 병은 점점 심해질 뿐이어서, 우울증 증상이 발현하는 간격은 갈수록 좁아진다.
-p.265 <SSRI: 프로작의 탄생> 중에서
대체로 우울증 약을 안 먹는 게 좋다.
수많은 연구자와 의사는 우울증이 우울증 치료제만큼 뇌에 해롭다고 했다.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뇌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로 넘쳐나고 코르티솔에 장기간 노출되면 뇌의 전전두피질이 약해진다. (...중략) 게다가 우울증 증산이 나타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향후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증상이 나타날 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회백질이 파괴돼 해마가 쪼그라들고 편도체가 회전하며 뉴런을 혼돈에 빠뜨린다.
-p.258 <SSRI: 프로작의 탄생> 중에서
아니다 먹는 게 낫다.
-ㅁ- 혼돈혼돈.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며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약의 남용을 경계하고, 부작용을 알리고 싶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쓴 책이라 다방면의 관점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설명하고 있다. 제목인 블루드림즈는 푸른색 염료의 성분으로서 최초의 대중을 치료한 상징적인 정신과 약물인 소라진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울증 치료제고 제일 잘 알려진 프로작, 사랑의 약 엑스터시, 실로사이빈과 같은 환상을 보게 하는 약물까지. 대표적인 정신과 약물들의 역사과 신경과학의 원리, 의혹, 환자들의 사례, 약이 영향을 주는 사회 현상 등에 대해서 서술한 책이다.
정신과 약물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궁금한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약간 두꺼운 책. (다음 책으로 읽으려고 <한낮의 우울> 이라는 책을 샀는데 생각보다 너무너무 두꺼워서 당황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