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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Dec 26. 2021

정신과 의사의 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고민이 고민입니다>를 비롯한 다수의 책의 저자이자, 5년 동안이나 서평 칼럼을 연재한 경력이 있는 독서광인 정신과 의사가 쓴 에세이.


경험이 쌓이고 아는 게 많아질수록 쉽게 대답하기 어려워진다. 예전에 겁도 없이 이런저런 사회 현상이나 어떤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 현학적인 분석을 명쾌하게 하던 내가 부끄러울 때도 있다. 갈수록 입이 무거워지고 말은 조심스러워진 대신에 "그건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이 더 많아진다. 재미가 없으니 인터뷰 요청도 줄어들었다.
-p.24 <1장 정신과 의사의 책 읽기> 중에서


이 책에서 제일 공감가고 흥미로웠던 부분은 작가가 자신의 책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 대목이었다.

세 번째는 책을 읽다가 저자가 인용하거나 언급한 책을 기록해놓고 찾아보는 것이다.
(...중략) 책을 소개하는 책에서도 정보를 얻는다. 의외로 어떤 이런 책들이 맛집일 때가 많다. 특히나 저자가 나와 취향이 비슷하거나 결이 맞는 작가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중략) 네 번째로 최근 많은 정보를 얻는 곳은 SNS나 블로그다. 평소 관심사를 잘 아는 지인의 SNS나 특정한 분야에 좋은 리뷰를 올리는 블로그를 구독하다가 책에 대한 정보가 올라오면 점찍어 두었다가 구입한다. 그 사람이 가진 취향의 결과 정보의 수준을 잘 알고 있기에 그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내게는 어느 정도의 연결성이 있을지 감을 잡고 있기에 쉽게 선택할 수 있다.
-p.73~75 <2장 텍스트의 소유> 중에서

나도 이렇게 책을 고를 때 성공 확률이 높은 편이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읽었다 +_+! 나와 취향이 맞는 것 같은 작가나 리뷰어가 추천하는 책 보기. 아 아니면 몇몇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주로 수상한 대중문학상 류에 랭크된 작품 보기. 일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수상작 같은 거 ㅋ


또는 작가가 언급한 아래 방법도 나도 가끔 써먹긴 하는데, 후보군을 기억했다가 시간이 흘렀을 때 아 그 책이었지 라고 찾아야 돼서 쫌 더 난이도가 높다.

베스트셀러보다는 좋은 책을 골라서 읽고 싶다고 한다면, 6개월 정도 지난 다음에도 여전히 언급이 되는 책을 찾아서 보는 것도 요령이다. 마케팅으로, 저자의 유명세로, 드라마에 나와서, 유투버 같은 인플루엔서가 권해서 흥한 책 중에 옥석이 가려지는 데 반년이면 충분하다.
-p.180 <4장 많이 읽어보니 알게 된 것들>


나는 북클럽이 궁금했고, 책에 대해 여러 관점을 나눠 생각을 풍성하게 하는 동질감과 포만감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안타깝게도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누군가 말했다. "원데이 클래스란 막연히 동경하던 일을 하루 동안 열심히 배우며 이 길은 내 길이 아님을 깨닫는 뜻깊은 시간"이라고. 내게 북클럽은 하루보다는 긴 원데이 클래스였다.
-p.186 <4장 많이 읽어보니 알게 된 것들>

아마 내가 참여했던 북클럽과 같은 것일 것 같은데, 나도 꽤나 유사한 이유로 북클럽에 호기심을 가지고 참여해봤었다. 지적 허영심을 채우려는 목적으로 참가한 나도 있지만, 지적으로 우수한(우수하고 싶은) 소수의 멤버십에 속한 자신에 자부심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몇몇 존재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그만뒀다.


책의 뒷부분에는 저자가 좋아하는, 추천할만한 책들을 소개해두었는데 그중에 읽고 싶은 책들을 밑줄 쳐 두었다. 책 쇼핑이 필요할 때 사들여야지.


책은 전반적으로 독서광인 자신만의 여러 가지 습관이나 생각들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일부는 나랑 비슷해서 재미있고 일부는 나랑 달라서 덜 재미있었다 -ㅁ- 슥슥 넘겨가면서 읽은 책. 언젠가 다시 바이오리듬이 잘 맞아떨어지는 날 몰입해서 다시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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