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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Feb 20. 2022

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

여성은 리더가 되길 주저하는가

공감하는 현실과 부정하고 싶은 현실 사이에서 불편한 마음이 드는 책이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생각에 소극적인 대응 하거나 무심하게 무시하려고 하는 있는 사실들이 있다.


- 남성 중심적 조직에서 여성이 소수일 때 나타나는 토큰 현상
(전략)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에서 남성에 둘러싸여 일하는 소수의 여성들은 3가지 현상을 경험한다.
첫째, 남성보다 더 노력하고 더 잘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소수의 여성은 언제나 눈에 띈다. 실수하거나 업무 성과가 떨어지면 더욱 눈에 띄므로 성과를 더 내야 한다는 압박을 심하게 받는다.
둘째,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업무 영역, 직위 등에서 제약을 받는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추진력, 결단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주요 과업이나 핵심 보직 등에서 제외된다.
셋째, 남성들이 주류인 환경에서 일하면 불편하고 위협감을 느껴 이를 해소하고자 남성들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여성이라서 다르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애쓴다.
-p. 27 <정말 롤 모델이 없을까> 중에서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이야기이다.

나는 일반화된 이런 현상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그 중에서 특히 세 번째 항목의 현상을 의식해서 행동하게 되는 편이다. 다수와 다르지 않기 위해, 그리고 주류문화에 편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나의 원래 성향이 아니기도 하고 내가 내가 아니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세 번째 항목처럼 행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남성 여성을 따지는 건 제쳐두고, 그냥 나대로 행동하려고 하는 편. 물론 '나'는 이미 사회화된 여성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나의 실체적인 성별이나 몇십년의 사회화된 나의 인생까지 부정하면서 두번 세번 뒤집어 생각하기란 곤란하고 부자연스럽다.


그리고 직장에서 자주 보는 여성 선배의 모습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라고 책에 나와있다.

명예남성형, '일과 결혼했어요'형, 슈퍼우먼형.

대체로 그렇다는 것에 동의한다. (나는 굳이 구분하자면 2번에 가까운 걸까.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으면서도.) 하지만 1,2,3번 모두 후배들이 닮고 싶어지는 롤모델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배들의 전략이었다는 것이 윗 인용글에 있는 이유와 설명이 되겠다. 직장에서 소수의 여성으로 살아남기 위한.


"조직에서 여성 리더는 두 가지 상반된 요구를 받게 되고, 어느 하나를 충족하지 못하면 리더가 될 기회를 놓친다" (중략) 여성이 성역할 정체성에 일치하는 행동을 하면 호감도는 올라가지만 역량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진다. 반대로 여성이 남성 성역할처럼 추진력 있고 결단력 있게 행동하면 역량에 대한 신뢰도는 올라가지만 호감도는 떨어진다. 조직에서 여성 리더를 평가할 때는 두 가지 모두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여성은 상반된 요구를 다 충족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고,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충족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
-p.34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습관> 중에서

읽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머리로는 인지하지 않고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었고 이게 나의 콤플렉스를 만들었나보다. 나는 때때로 혼자서 쿡하고 눌리는 버튼이 있는데 신뢰를 받지 못하고 능력을 의심당한다고 느꼈을 때이다. 나는 두 가지 요구 중에 비교적 첫 번째 것에 충실한 편이니까. 두 번째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이렇게 상충된 요구를 받고 있다니 못내 억울한 감정이 든다.


현재 20~30대 여성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성차별을 받지 않고 자란다. 오히려 부모에게 성장과 성공에 대한 열망을 가지라고 독려받는다. 또한 학창 시절 남학생보다 뛰어난 학업성취를 자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앞에 벽이 있는 것을 느낀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 때, 그리고 어렵게 취업해서 조직에 진입하는 때다. 여성들에게 취업문은 더 좁고, 여성들은 조직에 들어가면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되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중략)

조직에서 여성이 위축될 때에는 조직의 문화적 요소를 포함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경영진, 임원이 대부분 남성이다.
둘째, 확고한 비혼 주의가 아니라면 주로 자신의 생애주기를 염두에 두고 꿈을 적당한 선까지 축소하고 자신이 인식한 현실과 타협한다.
셋째, 여성 롤 모델을 찾기 어렵고, 이는 여성으로서 리더가 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한다.
넷째, 리더가 되고 싶다는 야망을 가지는 것 자체에 사회적 압력을 느낀다.
-p.54 <유리천장이 아닌 방탄유리천장> 중에서

그냥. 나도 그랬다. 사회 초년생일 때만 해도 몰랐고, 깨닫는 데 시간이 소요되었고, 모르고 떠들었던 시간이 항상 부끄러웠다. 이런 걸 보면 내가 아는 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리더십은 곧 '영향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리더가 된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에게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리더가 되고 싶지 않다고 언제나 생각했는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생각해왔다. 아 그렇구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려면 리더가 되어야 하는구나. 당연한 사실에 대한 발견을 해버렸다. 이제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왕관증후군은 여성들이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승진 등을 꺼리고 누군가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고 자기 머리에 왕관을 씌워줄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를 말한다. 여성들은 업무 성과가 좋으면 자연히 보상이 따를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중략) 그것이야 말로 공정한 일처럼 보이지만 이런 일은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왕관을 잡아채 자기 머리에 직접 올려놓는 사람이 권좌를 차지한다.
-p.109 <여성이 그 자리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 중에서

책에는 과한 겸손으로 능력에 대해 불안해할 필요 없다는 측면에서 가면증후군과, 스스로 리더가 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왕관증후군이라는 심리 개념을 언급하고 있다. 실패를 과하게 두려워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기회를 낚아채라고. 그래서 일단 여성 리더가 많아져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그리고 개개인으로서도 리더십 경험이 풍부해야 다시 리더에 대한 자신감과 야망이 생기는 선순환이 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이 책의 메시지.


포용적 리더십은 최근에 정립된 리더십 이론 중 하나로, 조직 구성원들과 상호작용적인 관계를 맺는 리더십이다. (중력) 리더가 직원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그들의 생각이나 아이디어에 대해 높은 수준의 개방성을 보이면서, 유능하고 접근하기 쉬운 사람이라고 심리적으로 인식될 때, 그 리더는 포용적 리더십을 지녔다고 평가된다. 리더가 포용적 리더십을 보이면 구성원들은 심리적 안정감과 활력을 느낀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 및 발언의 기회가 증가해 성과가 향상된다.
-p. 116 <리더십에는 여러 모습이 있다> 중에서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만 리더인 것은 아니다. 요즘 경험에서 많이 잘 느끼고 있기도 하다. 포용적 리더십으로 좋은 조직과 과제를 이끈 긍정적인 사례와,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십이지만 조직원들이 반발해서 부정적인 결과를 낳은 사례를 주변에서 동시에 경험하면서 느껴왔던 것이 책에 언급되어 있으니 영 불필요한 경험이나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안심이 되었다.


모두 리더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리더가 되길 포기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책의 프롤로그이자, 뒤표지에 있는 말.

곱씹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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