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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Aug 02. 2022

도파미네이션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우리 모두 너무나 비참한 이유는,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p.64


책에 따르면 쾌락과 고통의 시소의 평형을 유지하려는 자기 조정 매커니즘에 의해 한쪽 정서에 자주 오래 노출될수록 반대되는 정서 쪽으로 더 기울어진 추를 갖게 된다. 즉 비참함을 피하려고 열심히 노력할수록(쾌락을 추구할수록) 비참해진다는(고통을 더 느끼기 쉽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고통 쪽으로 기울어진 쾌락-고통 저울은 앞서 상당한 절제 기간을 거친 사람들도 다시 중독에 빠지게 만든다. 왜 그럴까? 우리의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 있으면, 그저 평범한 기분(수평 상태)을 느끼려 해도 중독 대상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77 <3장 | 뇌는 쾌락과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중에서
요즘은 사방에서 도파민이 넘쳐난다. 그래서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에 길들여져 있다. 우리가 뭔가를 사고 싶으면, 그다음 날 문간에 그게 떡 하니 놓여 있다. 우리가 뭔가를 알고 싶으면, 곧바로 화면에 답이 나타난다. 결국 우리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해서 알아내거나, 답을 찾는 동안 좌절하거나, 자신이 바라는 걸 기다려야 하는 습관을 잃고 있다.
-p.131 <5장 | 자기구속: 중독 관리를 한 3가지 접근법> 중에서
즉, 운동은 내가 처방할 수 있는 그 어떤 알약보다 기분, 불안, 인지, 활기, 수면에 더 싶고 일관성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고통 추구는 쾌락 추구보다 어렵다.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좇는 것은 인간의 천성이다. 우리는 고통 후에 쾌락이 온다는 것을 배워도 이를 아주 쉽게 잊는다.
-p.186 <7장 | 고통 마주보기> 중에서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컷은 1960년대에 '거짓 자기'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위니컷에 따르면, 거짓 자기는 참기 힘든 외적 요구와 스트레스 요인을 막기 위해 스스로 만든 페르소나다. 위니컷은 거짓 자기를 만들면 깊은 공허감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곳엔 그곳이 없는 셈이다.
소셜 미디어는 거짓 자아가 넘쳐나는 곳이다. 우리로 하여금 거짓 자기를 훨씬 더 쉽게 만들 수 있게 했고, 우리 삶을 현실과 동떨어진 서사로 관리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p.231 <8장 | 있는 그대로 말하라> 중에서


도파민은 뇌의 보상과정에 참여하는 가장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데 ‘보상 그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는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파민을 분비하지 못하는 쥐는 먹이가 눈앞에 있어도 먹이를 섭취할 의욕이 없어 죽어간다. 도파민을 많이 분비하게 하는 약물이나 행위는 대상을 추구하는 동기부여를 강화하기 때문에 더더 그것을 갈망하게 되고, 중독성이 높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이나 경험에 따라 도파민 분비의 대상과 정도는 다를 수 있다. 저마다 빠져드는 중독의 양상이 다른 것처럼. 정신심리 임상의사인 작가도 2년간 로맨스 소설을 강박적으로 소비했던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고 있다.


내가 긴장을 풀기 위해 웹소설을 읽거나 와인을 한잔하거나 한참 그렇게 뒹굴거리는 걸 설명해주려나 싶어서 읽은 책이었는데, 색다른 인사이트가 있기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딱 겉표지와 소제목에서 예상되는 정도의 내용이 있었다. 좋은 책이지만 기대한 것보다는 약간 아쉬웠던 책.


나는 책에서 구원을 바라지만, 그것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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