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
수십 억을 벌면 일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 <1장 왜 일하는가> 중에서
왜 일하는가 라는 질문은 일하는 모든 시간 내내 정말 궁금해했던 것이다. 책을 읽고 또 읽어도 더 궁금했다. 그리고 일하는 내내 내 안에서 스멀스멀 답이 바뀌곤 했다. 당연히 항상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젠 지쳐 나가떨어져 아몰랑 그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왔다.
이런 저런 생각에 여전히 어지러운 마음일 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주인의식을 가져라’라는 말은 회사의 주인이 되라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의 주인이 되라는 뜻입니다. 아무리 하잘것없는 일이라도 내가 맡아하고 있다면 나의 일입니다. 그저 회사 일을 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나의 일을 하는 겁니다.
- <2장 일은 성장의 기회다> 중에서
사측에서 '주인의식을 가져라'로 말할 땐 살짝 다른 의미인 것 같긴 하지만, 내 일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동의하고 싶다.
제가 ‘쓰인다’는 말을 좋아하고 고집하는 건 이 말이 어떤 가치와 연결되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성취감을 맛보는 것을 넘어선 지점에 다다르는 것 같은 거예요. 제 노력의 결과로 저의 즐거움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크든 작든 제가 몸담은 곳을 조금은 나아지게 하는 느낌, 저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느낌 말입니다.
- <2장 일은 성장의 기회다> 중에서
맡은 일은 크든 작든 틀림없이 해내는 것. 여럿이 모여야 일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저 사람하고 하면 일이 된다’는 신뢰를 얻는 것. ‘이 일엔 당신이 꼭 필요하다’고 존재를 요청받는 것.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서 믿음의 눈빛을 보는 것. 본캐로서의 브랜딩은 이런 것들을 전제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 <3장 내 이름 석 자가 브랜드> 중에서
나도 그랬다. 내가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증명하고 싶었다. 내 일에 신뢰를 받고 필요해서 찾아질 때 뿌듯함을 느꼈다. 실력있는 사람들과 신나게 일하고 쓸모를 느끼는 게 일하는 사람으로 나의 로망이었는데 왠지 증명이 일단락되었다고 생각하니 약간은 일하는 동력이 사라졌다. 다음 로망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과 평균은 위험해요. 성큼 다가온 AI시대, AI는 평균부터 대체합니다.
- <3장 내 이름 석 자가 브랜드> 중에서
맞다 맞다. 요즘 보면 저수준 노동을 AI가 제일 쉽게 대체할 꺼라 생각했는데, 일부는 맞지만 사람을 고용하는 비용이 더 싸면 비싼 기계로 대체할 필요도 못 느낀다는 걸 알게 됐다.
어떤 일을 10년 넘어 20년, 30년쯤 하면 ‘척하면 척’이 되고 익숙해질 것 같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새 프로젝트를 받아들일 때마다 긴장됐고 두려웠어요. 어떤 일도 만만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럼 어떻게 견뎠을까요? 시간이 가고 경험이 쌓이면서 중요한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회의실에 동료, 후배들과 들어가 함께 생각을 이야기하다 보면 웬만한 문제는 해결을 보리라는 것을요.
- <5장 나에게 질문할 시간> 중에서
이 구절은 내 마음이 꺼내져 있는 느낌이었다. 난 일하는 시간이 계속해서 축적되면서도 왜 익숙해지고 만만해지지 않는지 괴로웠다. 사람 때문에 괴롭기도 하지만 사람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들에게 의지해서 이 시간 동안 일해오면서 이만큼의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질문은 상대방을 존중할 때 하게 됩니다. 자신이 다 정해서 그냥 해버리지 않고 상대의 뜻에 맞춰주는 거죠. 취향도, 기질도 다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의 기준을 정해 일방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일일이 질문하고 의사를 듣고 반영하려면 당연히 수고도, 시간도, 비용도 훨씬 많이 듭니다. 그러니 상대의 의사와 생각을 묻는 건 상대를 존중할 때 하는 겁니다. 따라서 회사의 상사들이 여러분의 생각을 붇거나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만다면, 그저 성질이 나쁘거나 꼰대여서가 아니라 후배인 여러분을 존중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아서입니다. 또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이기도 하죠.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의 의견은 궁금해하지 않으니까요.
- <5장 나에게 질문할 시간> 중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일의 핵심에 닿아보는 겁니다. 세상이 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자신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일의 핵심까지 내려가면, 그래서 겉에선 알 수 없는 일의 본질과 비로소 만나면 그 일에 대한 자신만의 시선이 생깁니다. 그걸로 그 일을 자기 방식대로 해나가는 거지요. 그러면 재미가 붙기 시작합니다.
- <5장 나에게 질문할 시간> 중에서
어떤 일을 할 때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신들린 듯하는 건 물론 멋져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있어 어떤 일을 오래도록 하는 동력은 때때로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고 책임감이었습니다.
- <5장 나에게 질문할 시간 중에서>
구절구절 고개를 끄덕이고 줄을 그으며 책을 완독했다.
내가 스스로 내 일을 해내고 신뢰를 받았을 때의 일의 재미와 만족감, 대단한 나의 적성이 따로 있을지 몰라도 어떤 일을 끝까지 해내어보지 않으면 알수 없다는 것, 지속적으로 일을 해낼 때는 불타오르는 열정 보다 꾸준히 나아가는 책임감이 유용했다는 것, 혼자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의지해서 일하는 것의 소중함에 공감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비교적 장점이었던, 모든 것에 진지하고 성실한 것에 지쳤다. 이제 더 이상 애쓰지 않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만났다.
최인아책방 선릉점에 북토크를 들으러 간 김에, 최인아 책방마님이 최근에 쓰신 책이 저자 싸인본으로 서점 입구에 놓여 있어서 집어 들게 된 책이었다. 속지에 싸인과 함께 “애쓴 것은 사라지지 않아요”라는 손글씨가 쓰여 있었다.
왠지 울컥했다.
더 이상 애쓰지 않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애쓴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니. 위안이 되면서도 이제 그만 애쓰려고 했던 핑계가 힘이 없어졌달까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