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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Feb 16. 2024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피터 자이한

미국. 미국. 미국. 으로 종결되는 책.


냉전 시대 이후 세계 경제는 미국 주도의 국제 평화와 세계화의 이득을 고루 누리며 번영해 왔다. 하지만 이미 절정에 다다른 세계 경제는 인구 고령화,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면서 과거와 같은 활발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질서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자국의 번영에 힘쓰는 태도로 변화하고 미국의 평화 수호 없이 세계의 각 지역은 고립되고 탈세계화된다. 이로 인해 앞으로 도래할 암울한 세계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 저자는 경고하고 있다.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를 가졌으며, 경제력, 에너지, 식량, 미래기술, 군사력, 인구 측면까지 모두 유리한 미국만이 가장 희망적인 상황에 놓여있다는 부러운 소식과 함께.

모든 게 불리한 한국과는 달리.


1990년대는 거의 모두에게 호시절이었다. 미국이 안보를 튼튼하게 지켜주었다. 굵직한 국제분쟁도 없었다. 세계무역은 냉전 때 어느 편도 들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 나라들뿐만 아니라 구소련 영역까지 깊이 침투했다. 미국이 안보를 지키고 자국 시장에 접근하도록 해주기 위해 치르는 비용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는 상황에서 그쯤은 감당할 만해 보였다. 독일이 통일되었다. 유럽이 통일되었다.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가 포효했다. 중국은 자국의 입지를 굳히고 소비재의 가격을 하락시켰다.
(중략) 그런데 그런 시대는 당연하지 않다.
탈냉전시대가 가능했던 까닭은 오로지 미국이 지정학적 경쟁을 중단시키고 세계질서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한 안보체제를 계속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냉전 시대의 안보 환경이 바뀌자 그 체제는 이제 필요에 부합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당연시했던 체제는 사실 인류 역사상 가장 왜곡된 시대였다. 따라서 이 체제는 와해할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와해했다.
- <1부 한 시대의 종말> 중에서


인구구조를 보면 대량소비가 견인하는 경제의 수치와 물량은 이미 절정에 도달했다. 2019년에는 역사상 최초로 지구상에 5세 이하의 연령층보다 65세 이상의 연령층이 더 많아졌다. 2030년 무렵이면 은퇴 연령층은 5세 이하 연령층과 비교해 두 배가 된다.
미국의 안보 보장 없이도 경제발전이 가능한, 그만하면 명당이라 할 만한 지리적 여건을 갖춘 거의 모든 나라가 이미 선진국이 되었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수십 년 동안 인구가 돌이킬 수 없이 감소되어 왔다. 거의 모두가 이제 인구가 고령화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안보 보장이 필요한, 바람직한 지리적 여건을 갖추지 못한 나라들은 이제 기회를 놓쳤다. 최근 몇십 년 동안 미국의 보호를 받으며 발전한 나라들은 인구구조도 무너지고 지정학의 작동을 막은 안전장치도 사라지고 있다.
지정학과 인구구조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앞으로는 대량소비 체제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경제라는 파이는 크기만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산산조각이 나서 뿔뿔이 흩어진다. 미국이 수수방관하기 때문에.
- <1부 한 시대의 종말> 중에서


미국 주도 세계질서는 지리적 여건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희석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해외 상거래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국경까지도 모소하게 된다. 이 세계질서 덕분에 그동안 발전해 본 적이 없거나 이러저러한 제국에게 짓밟혀온 지역들이 독자적인 참여 주체로 등장하게 되었다.
(중략) 가장 우선 차질이 빚어질 지역은 아시아의 제1 도련선 안쪽에 있는 영토다. 일본, 중국, 한국, 대만, 그리고 정도는 덜하나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해당한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부존자원이 희박해지는 반면 제조업 물량과 총액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갈수록 줄어든다. 원자재 수요가 집중되어 있고, 지구상에서 가장 긴 공급사슬이 존재하며 수출의존도가 대단히 높다는 특징을 지닌,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그 결과 중간재가 온 사방에 산재해 있고 이러한 중간재는 모조리 바닷길로 운송된다.
- <2부 운송> 중에서


앞으로 자본도피와 자본통제가 수시로 거론된다. 미국 주도 세계질서의 비교적 통일된 세계에서 자본은 거의 제약 없이 국경을 넘나 든다. 이렇다 할 제약을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자본이 자국을 드나드는 데 제약을 가하면 그 나라는 투자금이 메말라버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흐름을 제약하면 경제성장, 고용, 관광, 기술 이전, 근대 세계에 참여할 기회를 잃게 된다. 역사적으로 그러한 개방성은 미국 주도 세계질서가 가능케 한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이례적이다. "통상적으로" 세계는 치열한 경쟁의 장이고 자본은 사재기해놓아야 하는 대상이다.
그처럼 자본이 부족했던 옛 시절이 돌아오고 있다.
(중략) 결과는 곧 나타난다. 기업이 외국에서 자사의 수익을 이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애초에 그 나라에서 영업할 가능성이 훨씬 낫다. 자본이 감수해야 하는 위첨이 가장 큰 지역은 은퇴 연령 인구가 급속히 늘어날 뿐만 아니라 인구 자체가 가장 빨리 고령화하는 나라들이다. 러시아, 중국, 한국, 일본, 독일 순서다.
- <3부 금융> 중에서


세계 인구 대부분이 산업화되고 도시화된 근대적인 생활방식을 영위하려면 석유가 필요한데, 미국이 세계에 흥미를 잃어버리면, 그 석유는 구하지 못하게 된다. 운송망이 쪼그라들면, 이는 제조업 공급 사슬의 연계성에서부터 식량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부 영향을 미친다.
(중략) 가장 극심한 부족을 겪게 될 지역은 취약한 공급 경로의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주요 소비국들이다. 동북아시아, 중부 유럽이 그런 나라들이고 독일, 한국, 중국이 단연 가장 심각한 위협에 놓이게 된다. 이 가운데 자국 근처에서 석유나 천연가스를 구하거나 다른 나라로부터 확보하기 위해 바깥으로 진출할 군사적 역량을 지닌 나라가 하나도 없다. 세 나라는 모두 자국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자력, 천연가스, 석탄 발전을 병행하는데, 모두 수입 연료를 토대로 한다.
- <4부 에너지> 중에서


호러소설도 아닌데 책을 다 읽고 소름이 돋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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