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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Aug 10. 2015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죽여버릴까, 니 남편?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경쾌한 문체로 진행되는, 친구의 남편 제거 작전.


<Girl> 에서도 느꼈지만, 이 남자 작가는 뭐지? 싶게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Girl 을 처음 읽었을 때가 입사 1-2년차 쯤이었던가. 세월이 많이 흘렀네 흑흑


나오미는 설득하면서도 가나코의 심리 상태를 눈치채고 있었다. 전차에서 치한을 만나더라도 소리치지 않는 여자가 이 세상에는 태반이다. 가나코는 그런 부류에 속한다. 다툼이 무서워 자신이 참는 쪽을 선택해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가나코가 화내거나 소리치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잠시 동안 서로 꼭 껴안고 있었다. 이젠 눈물도 말랐는지 가나코는 울지 않았다. 그냥 어두운 한숨만을 내쉴 뿐이다.
"차라리 둘이서 죽여버릴까? 네 남편."
나오미가 말했다. 물론 내친김에 한 말일 뿐이었지만 입 밖에 낸 순간 죽인다는 선택지가 불쑥 마음속에 출현했고, 그것이 또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져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이야기의 앞 절반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가나코를 구하고 싶어하는 나오미의 이야기이고, 뒤의 절반은 그런 나오미의 시각에서 끝까지 전개가 된다. 계산하지 않고, 친구를 위해서,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가나코와 그런 친구에게 의지하지만 친구는 지켜주려고하는 나오미의 순수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 경쾌한 문체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급하지 않고 성실하고 담담하다.


심플하지 않은 인생이기에 심플해보이는 순수한 결단이 아름답다.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조각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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