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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Sep 01. 2015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여름 내내 나하고 쥐는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25미터 풀을 가득 채울 정도의 맥주를 퍼마셨고, 제이스 바의 바닥에 5센티미터는 쌓일 만큼의 땅콩 껍집을 버렸다. 그때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지루한 여름이었다.

읽으면서 후끈후끈한 열기가 잡힐 것만 같은, 꼭 지금처럼 무더운 8월을 배경으로 한.. 뜨겁고도 무력한 스무살 여름의 나와 쥐라는 친구의 이야기이다.


나도 이따금 거짓말을 한다. 마지막으로 거짓말을 했던 건 작년이다. 거짓말을 하는 건 무척이나 불쾌한 일이다. 거짓말과 침묵은 현대의 인간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거대한 두 가지 죄악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자주 거짓말을 하고, 자주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1년 내내 쉴 새 없이 지껄여대면서 그것도 진실만 말한다면, 진실의 가치는 없어져버릴지도 모른다.


여름의 향기를 느낀 건 오랫만의 일이었다. 바다 내음, 먼 기적 소리, 여자의 피부 감촉, 헤어 린스의 레몬 향, 석양 무력의 바람, 엷은 희망 그리고 여름날의 꿈... 그러나 그것은 마치 어긋나버린 트레이싱페이퍼처럼 모든 게 조금씩,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옛날과는 달라져 있었다.

올해의 여름도 지나고 있다. 모든 게 조금씩 달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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