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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Oct 02. 2015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이사카 고타로

이사카 고타로의 단편 연작을 모은 책.

'목 부러뜨리는 남자'의 주변인들의 에피소드가 묶어져 있다.


흥미진진하고 빠른 스피드의 전개와 경쾌한 문체가 강점인 이사카 고타로는 밝고 명랑한 소설 ('종말의 바보',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이나 판타지 ('사신 치바', '사신의 7일'), 추격과 도망자의 이야기 ('골든슬럼버'), 복수의 이야기 ('그래스호퍼') 같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경쾌한 책들을 쓰는 듯 하다. 그 밖에 읽은 책은 '사막', '피쉬스토리', '중력삐에로', '마왕', '칠드런' ... 다 무난했던 기억. ('사막'만 좀 밋밋했던가..) 소재가 너무 무겁지 않고, 낙천적인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서 가볍게 즐거운 마음으로 읽기에 좋다.


'목 부러뜨리는 남자' 의 이야기도. 연쇄살인범과 그 주변인 들의 에피소드를 무섭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연쇄살인범이 사실은 좋은 사람이기도 했다던가.. 이런 유쾌한 소설들은 주인공들의 시각에서만 즐거운 이야기라는 게 문제지만 -ㅁ- 연쇄살인의 희생자와 그 주변인은 하나도 안 유쾌할 껀데 -_-;; 그런 생각을 하면 야릇한 생각이 든다. 긍정적인 시각은 과연 옳기만 한걸까. 뭐 어쨌든 어떤 아픔은 그냥 웃고 넘길 수 밖에 없으니까. 모든 것에 진지한 것도 답은 아니긴 하니까.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는 식의 말은 좋아하진 않지만 세상은 참 그렇게 생겨 먹긴 했어.




어느 쪽이든 상관없으니 해보자.
그러고 보니 마루오카 씨, 자동차 안에서 예리한 말을 했지. 10킬로그램짜리 누름돌을 등에 지고 있으니 11킬로그램이 되든 12킬로그램이 되든 큰 차이 없다고.
그거랑 같아. 내가 살해한 사람이 이제 와서 한 명 더 늘어난들, 별반 차이는 없어.
하나쯤 내가 받아 줄게.
- <누명 이야기> 중에서


"나의 배"
  "그게 무슨 소리야?"
"결혼이란 건 남녀가 한배를 타는 거랬어요. 함께 노를 저어 여러곳을 여행하는 거라고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어."
"나의 배에 함께 타 주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아아, 그랬구나. 그게 프로포즈였구나."
  "그의 배는 어땠지?"
"아니, 긴자에서 만난 그 남자의 배를 탔다면 어땠을까 상상은 해봤죠. 그래도 이 사람 배, 뒤집히지는 않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예요. 욕심을 부리자면 끝이 없으니까."
- <나의 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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