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달도 차면 기우는 법

by 백석현

(6월 7일 테스트 스피치로 발표한 내용을 기록)


달도 차면 기웁니다.

세계사에 융성했던 제국들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 때 흔히 나타난 특징들이 있습니다.

19세기 초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었던 청나라는 외세를 배척하고 외부 세계의 수용을 거부하면서 쇠퇴의 길을 걷습니다. 서양과 교류했다면 해양 기술, 과학 기술이 발전했을 기회를 발로 차버렸죠.

스페인 제국은 대항해 시대를 선도하면서 유럽 최강국으로 부상했지만, 당시 상업∙과학∙금융의 핵심 계층이던 유대인과 무슬림을 대규모 추방하면서 경쟁국들에 인재와 기술을 빼앗기고 쇠락했습니다.

로마 제국도 황금기인 팍스 로마나 시기에는 다양한 민족과 종교를 포용하면서 제국을 이뤘지만, 3세기 이후 이민자와 비주류 세력들을 배척하면서 붕괴됐습니다.

물론, 이렇게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배제하고 배타적으로 돌아서게 될 때는 그 시대 사회∙문화∙경제적 맥락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이 바로 그 길을 따르고 있습니다. 지금껏 미국이 세계 최강이 된 데는 이민자와 다양성을 수용한 것이 자양분이 됐는데, 이제 그 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미국내 사회 구성원에 대한 직간접적 차별은 물론이고 이민자,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배타성이 더 뚜렷해졌습니다. 심지어는 미국에 투자한 외국 자본을 차별하는 정책도 지금 입법 추진 중입니다. 미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 외국인이 받는 배당이나 이자에 대한 세금을 차별하는 방안입니다. 이외에도 지금 미국 정부는 미국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움찔하게 만드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도 지금 미국에 투자한 분들 많을 겁니다. 지금 큰 문제는 여러분처럼 미국에 투자한 외국 자본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사상 최대죠.

금은보화가 아무리 좋아도 어깨에 짊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꾸 어깨에 올리다보면 어느 순간 버티기 힘든 순간이 옵니다. 마침 그때, 금은보화에 대한 사랑을 식게 만드는 이벤트가 생기면 많은 부분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자본이 미국 주식이나 미국채 같은 달러 자산들을 너무 많이 짊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미국의 힘은 세계 공용어인 영어, 기축통화인 달러, 자유롭고 개방된 자본시장에서 나온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 정부의 정책이 이 모든 것을 흔들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채 시장을 비롯한 미국의 거대한 자본시장을 당장 대체할 시장은 없습니다. 기축통화 달러의 역할을 당장 대체할 것도 없습니다. 영어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또, 유럽과 미국간에 깊은 경제 관계가 한 순간에 와해되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어깨에 올려진 과도한 짐, 미국 주식이나 미국채 같은 달러 자산을 일정 부분 내려놓아야 할 시기는 맞습니다.


달도 차면 기웁니다. 미국 주식만 바라보고 아직도 중국의 일취월장한 기술력을 경시하고 외면하는 한국 투자자들이 많은데, 한국의 기술력은 냉정하게 얘기하면 이제 중국의 앞선 기술에 종속될 운명에 처했습니다. 지금 미국 정부가 중국을 집요하게 견제하는 이유도 중국의 기술력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경쟁자들을 영원히 압도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몇 년간 미국 주식시장과 달러화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달러화도 아직 저점을 보지 않았습니다(6월 5일 원달러 환율 서울 종가 1,358.4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휴 소식 정리와 원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