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초 이란-이스라엘의 휴전 이후로 1,350원을 지근거리에 두었던 원달러 환율이
금요일 반등했습니다.
서울 장(오후 3시 30분)을 1,357.4원에 마감한 뒤에는 1,360원을 넘기면서 새벽 2시 종가로 1,361.3원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역외에서 추가 상승해 뉴욕 장 최종 호가는 (현물환 기준으로) 1,360원 대 중반이었습니다.
역외에서 추가 상승한 데는
새벽 2시 44분경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SNS(Truth Social) 메시지가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 기술 기업에 디지털 서비스 세금 부과를 발표했다며,
이를 근거로 캐나다와의 무역 관련 모든 논의를 즉시 중단하고 캐나다에 부과할 관세를 7일 이내에 통보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물론, 캐나다가 디지털세를 협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 트럼프의 태도는 향후 누그러질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는 크게 감소한 상황입니다.
지난 며칠간 눈길이 가는 부분은 미국과 한국 주식시장의 온도차입니다.
미국 주식시장(S&P500)은 지난 금요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4개월 만입니다.
반면, 한국의 코스피는 지난 주 화~수요일 3,100포인트를 넘겼지만 목~금 이틀간 꺾였습니다.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선 영향이 컸습니다.
한-미 주식시장의 온도차는 시장 가격 변수 중 환율에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더 뜨거우면 원달러 환율이 내리고
미국 주식시장이 더 뜨거우면 원달러 환율은 오릅니다.
최근 코스피 주도 세력이 외국인에서 개인으로 넘어간 느낌인데
그렇다면 코스피에 힘입은 원화 강세 견인력은 소진된 것입니다.
반면 미국 증시는 엔비디아가 다시 최고점을 경신하고 M7(Magnificent 7) 등 빅테크가 힘을 내면서 전체 지수를 견인했습니다.
환율이 저점을 더 낮추려면 미국 연준 등 외부 변수에 의한 달러 약세에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7월이 성큼 다가온 이 시점에 중요한 변수는 크게 3가지입니다.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겠습니다.
첫째, 트럼프의 감세 정책이 급물살을 타면서, 트럼프가 (그의 바램대로)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폼나게 서명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Big Beautiful Bill(크고 아름다운 법안)'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5월에 하원을 통과했고, 그간 난색을 표했던 일부 공화당(여당) 상원 의원들이 설득을 당해 법안 지지로 돌아서면서 통과 가능성이 한층 커졌습니다. 만약 7월 4일을 넘기더라도 7월 내 마무리될 가능성은 상당합니다.
참고로 Big Beautiful Bill은
거창하게 붙은 이름이 암시하듯, 대형 포괄 입법안으로
트럼프의 재선 공약과 트럼프 1기 정부의 정책을 총망라했습니다.
대규모 감세, 복지 및 사회지출 축소, 국경 및 이민 단속 강화, 에너지 및 산업정책(친환경 정책 축소), 정부지출 및 부채 관리(정부 부채한도 상향), 군사 및 안보(군사 예산 증액) 등 트럼프 정부의 주요 정책을 모두 담았습니다.
둘째, 7월 8일에 트럼프 정부가 부과했던 상호관세 90일 유예가 만료됩니다. 모종의 합의가 없으면 7월 9일부터 유예했던 상호관세가 각국에 부과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슬슬 협박성 발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도 고삐를 조였는데, (유예기간 만료 전에) 각국에 서한을 보내 관세를 통보하겠다며 협상을 독촉했습니다.
하지만 베센트 재무장관이 각국과 협상을 미국 노동절(9월 1일)까지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언급하면서
기한이 연장되리라는 기대를 심어줬습니다.
어쨌든 미국이 다수의 국가들과 광범위한 의제를 두고 협상을 벌이면서 90일만에 마무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기에 재연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트럼프의 협박은 최대한 미국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려는 의도겠죠.
셋째, 지난 금요일 미국 5월 PCE 인플레이션이 근원(core) 데이터 기준으로 시장 예상을 소폭 웃돌았지만
미국 연준이 7월 말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소록소록 올라오고 있습니다.
연준 지도부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우먼 부의장이 총대를 멨죠.
사실 총대를 멘 것인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해달라는 어필인지 모르지만
7월이나 9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은 커졌습니다.
위 3개 변수 중 당장 이번 주 주목할 변수는 Big Beautiful Bill이 상원에서 표결 문턱을 넘을지입니다.
상원에서 통과한 이후 하원에서 다시 한 번 최종 표결이 필요하지만
어제 오늘 주말 동안 법안 통과에 박차를 가하는 것을 보면
결국 주초에 상원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당장 미국 주식시장과 미국채 장기 금리는 상승할 전망입니다.
법안이 초래할 미국 재정적자 심화 우려는 시장이 잠시 외면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원달러 환율도 이번 주는 하락세가 주춤한 가운데 살짝 고개를 들 수 있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