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원달러 환율은 기어코 1,390원을 넘어 1,400원을 향해 진격했습니다.
17일(목) 밤에는 1,396.5원까지 고점을 높였습니다.
7월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달러 강세 탓이 크고, 이 기간 달러 강세는 세계 공통 현상입니다.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카드를 남발하며 시장에 긴장감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그 탓에, 관세 경계감이 외환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밤 원달러 환율은 1,387원까지 후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정을 지나자 다시 급등하며 1,390원을 넘겼고 새벽 2시 종가로 1,391.6원을 기록했습니다.
자정과 새벽 2시 사이에 나온 영국 Financial Times 보도가 미국과 EU(유럽연합)간 협상 분위기를 전했는데,
관세 경계감을 자극한 영향입니다.
미국과 EU간 최근 협상에서 EU산 대부분 품목에 10% 기본 관세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어 EU산 모든 제품에 최소 15~2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강경한 주문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디서 본 풍경입니다.
바로 7월 초순에 미국과 베트남간 논의 및 합의 과정과 유사합니다.
당시에도 미국과 베트남이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15% 선에서 합의하는 방향이었는데, 트럼프가 막판에 불쑥 20%를 밀어붙이면서 20% 관세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왔죠.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제안한 자동차 부문 관세 인하 요청도 외면하며 기존 계획인 25% 관세를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은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무리하게 관세를 매기더라도 내수 시장이 작아 보복이 무의미합니다.
방위까지 의존하고 있어서, 미국이 제시하는 규칙을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죠.
하지만, EU는 미국에 버금가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EU산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 맞불을 놓을 수 있습니다.
비록 독일은 타협에 비중을 두고, 프랑스는 강경 보복을 주장하는 등 회원국간 이견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무역 측면에서는 미국에 결코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닙니다.
미국이 협상에서 고자세를 보이자, EU도 보복 관세 카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EU에 양보하지 않는다면, EU가 보복할 것이고
이는 미국 스스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하기에 결국 물러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어쨌든 유예 시한인 8월 1일까지는 불확실성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이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편 트럼프는 현재 국가별로 적용할 기본 관세율 외에
품목별 관세도 8월 1일을 벼르고 있습니다.
구리(50%), 의약품(최대 200%까지 단계적 인상 엄포), 반도체(25%) 관세가 곧 발표될 예정입니다.
이미 발표된 것들은 자동차 25%, 알루미늄/철강 50%,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 25~50% 등입니다.
결국 이 품목들은 미국에서 판매하려면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것이죠.
한편,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과의 협상에서 이렇게 강경하게 주문하는 것은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7월 초순에 감세 정책 패키지를 법제화한 뒤 이에 따른 재정 적자를 줄이려 관세 수입을 최대한 뽑아내려는 의도도 있기에
시장이 '이번에는 진짜인가'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관세는 미국의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게 될 것이고
품목별 관세가 매겨진 품목들은 미국 내의 (원가 측면에서) 비효율적 생산 라인을 구축해야 하기에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트럼프가 스스로 후퇴하든지, 채권시장이 다시 경기(驚氣)를 일으키면서 놀란 트럼프가 꽁무니를 빼던지
8월 1일이 지나면(유예 기간이 또 연장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입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