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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도 투자가 어려운 이유

by 백석현

우린 풍족하고 여유로운 인생을 꿈꿉니다. 경제적 자유를 얻으면 행복해질 거라 믿죠. 하지만, 회사 월급으로는 택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뭐라도 해야 됩니다. 그래서, 저축하고 투자하죠.

여기서부터 사람들의 선택은 달라지고 훗날 그 결과도 달라집니다.


우린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은 시행착오를 피하려고 먼저 투자한 지인들한테 조언을 구하죠. 뭘 사면 돼? 지금 사도 돼?

초보 투자자는 물론이고 많은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투자할 종목입니다.

그런데 아뿔싸.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이것을 놓칩니다. 중요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놓치는 이것이 뭘까요.


피터 린치라고 유명한 펀드 매니저가 있습니다. 이 분이 13년간 굴린 마젤란 펀드가 연평균 30% 가까운 수익률을 내서 역사적으로 성공한 펀드죠.

13년간 무려 28배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펀드에는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이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 본 사람이 더 많았어요. 어찌된 일일까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손해 본 투자자들은 평균 보유 기간이 짧았습니다. 평균 12개월 보유했는데, 투자 기간으로 1년은 짧습니다.

둘째, 개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인데요. 감정에 휘둘렸습니다. 너무 올랐을 때 뒤늦게 투자하고, 하락하면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손절했죠. 웬만한 투자자는 종목 선택을 잘 했어도 손해보기 쉽다는 얘깁니다. 똑똑한 사람도 마찬가지죠.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들을 서학 개미라고 합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서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매수(순매수가 아니라 총매수액)한 7개 종목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1위가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구요. 2위가 테슬라, 3위가 엔비디아입니다. 4위부터는 격차가 좀 나는데, 1,2,3위의 아류들입니다. 4위부터 7위까지는 모두 레버리지 상품입니다. 테슬라 레버리지, 엔비디아 레버리지, 반도체 하락에 3배로 베팅한 레버리지, 나스닥 지수 상승에 3배 베팅한 레버리지입니다.

여기 투자한 한국 서학개미들의 심리적 공통점이 뭘까요.

바로 기대치가 높다는 겁니다. 짧은 시간에 미친 수익을 냈거나 낼 수 있는 것들이죠.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 없습니다. 짧은 시간에 큰 수익을 노리면, 그 뒤에 숨은 위험은 훨씬 커집니다.


한라산 정상에 오르려면 최소 네다섯 시간 걸립니다. 이걸 두 시간 만에 오르겠다면 굉장히 무모하죠. 체력이 고갈되서 탈진할 위험이 커지고, 넘어져서 부상당할 위험도 커집니다. 혼자 힘으로 하산하지 못하겠죠. 무리한 목표는 예기치 못한 더 큰 위험을 수반합니다.

만약 임산부가 애기 빨리 보고 싶다고, 다섯 달 만에 무리하게 출산하겠다고 하면 의사 선생님이 난색을 표하겠죠.

일상 생활에서 무리하게 서두르면 위험해집니다. 그런데, 그 위험한 걸 투자할 때는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됩니다. 짧은 시간에 큰 수익을 낸 단편적인 사례만 내 귀에 꽂힙니다.


앞에서, 투자자들이 종목만 신경쓰다가 더 중요한 걸 놓친다는 그것은 바로, 시간입니다. 무슨 일이든 성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걸 우린 알지만, 투자만 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기억해야 할 교훈은 이것입니다.

첫째, 투자에서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은 없습니다. 인생사가 그렇듯이, 일이 잘 되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있습니다. 마젤란 펀드 투자자들이 주는 교훈이죠.

둘째, 기대치를 낮춰야 됩니다. 전설적 투자자 찰리 멍거가 얘기하길, 행복의 첫번째 원칙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라 했습니다. 비현실적 목표는 불행을 자초합니다. 기대치 높은 서학 개미들에게 필요한 교훈입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이런 광고 문구가 있죠.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

시장은 잘못이 없습니다. 잘못은 나한테 있습니다. 마젤란 펀드에 투자했는데도 손실 본 투자자가 더 많았듯이, 먼 훗날 뒤돌아 보면 엔비디아, 테슬라에 투자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웬만한 투자자에게는 종목 선택이 답이 아니라는 얘기인데, 이런 말이 있죠. 돈이 일하게 하라.

살까 말까, 팔까 말까 고민하는 건 내 감정이 일하는 겁니다. 자동으로 거래되도록 맡겨 놔야 합니다. 내 감정과 상관없이 자동으로 분할 매수되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투자 성공에 필요한 마인드는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빠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전설적 투자자들이 하는 조언은 투자자들 성에 차지 않겠지만 현실적입니다. 광범위하게 분산된 시장 지수에 장기 투자하라는 게 사실상 전부입니다.


현실에서 기대치를 뺀 것이 행복이라고 합니다. 서학 개미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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