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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May 25. 2021

동굴 속 나를 만날때

부자경영 season 3_08

칠흑 같은 어둠이 계속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고 끝없는 어둠 속에서 며칠을 헤메였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깊은 동굴 속에서 빛을 찾아 나온 것은 사흘이 되었을 때이다. 눈을 뜨고 싶지만 눈을 뜰 수가 없다. 동굴 밖은 엄청난 빛으로 가득 찬 세계였다.


동굴 안에서 눈을 감고 내가 먹은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쑥이었는지, 아니면 마늘이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먹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존재하고 있을까?’


내가 어둠 속에서 줄기차게 생각했던 물음이었다.


어둠속에서 모든 형태는 뒤섞인다. ©wallpaperaccess.com


일주일 전 라섹 수술을 하였다. 그리고 나는 사흘간 깊은 어둠의 동굴 속에서 하루 24시간을 보냈다.

수술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각막상피를 희석된 알코올로 녹인 후 여러 번 차가운 정제수로 세척하고 레이저로 각막 표면을 깎아 굴절률을 낮추는 수술이었다.

간단한 수술이었다. 그러나 내 눈에 가해지는 수술의 모든 과정을 내 눈으로 지켜보는 것은 두려움과 공포의 순간이었다.


수술 후 사흘간 본다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깎여진 각막의 표피가 회복되어야 하니 눈을 뜰 수가 없다.

그렇게 나는 어둠의 동굴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그 동굴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대기 편한 곳을 찾아 누워있거나 웅크리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편히 쉴 수 있으니 좋았겠네!’

전혀 잠을 잘 수가 없다. 고통이 계속되고 눈물이 내 눈덩이를 모두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선잠으로 수많은 꿈을 꾸었다. 시간을 알 수가 없었기에 늦은 밤과 새벽, 아침과 오후의 경계가 사라졌다. 오직 어둠과 나 자신만이 있었다.


수면위와 수면아래의 풍경들 중 어떤 것이 맞을지 아무도 모른다. ©wallpaperaccess.com


“나는 지금 어디에 존재하고 있을까?”


인생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깊게 나 자신과 내 삶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내 인생의 모든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 존재에 대해 현실적인 성찰을 했다.


‘나는 내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열정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하고 있는가? 나는 이 시대를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기획하고 헤쳐나가며 살고 있는가? 자본은? 이 어둠이 끝나면 내가 주체적으로 내 삶과 꿈을 위한 부자경영을 잘 키워갈 수 있을까?’


어둠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곰과 호랑이가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100일을 버티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깊은 어둠 속에서 자신을 다스렸던 것처럼 어둠과 고통은 그 자체로 내 삶에 깊은 성찰을 가져다주었다. 쓰고 매운 쑥과 마늘이 내 정신을 정화시키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길을 찾는 것은 빛을 막고 어둠을 뚫고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wallpaperaccess.com


사흘이 지나자 눈의 상처가 아물고 고통이 사라졌다. 그러자 눈을 뜨고 싶은 욕구에 어둠이 답답해졌다. 그러나 당장 눈을 떠서 밝은 빛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루 더 어둠 속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이번에는 눈을 뜰 수 있지만, 눈을 뜨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동굴은 더는 나의 상처를 치료하고 마음을 정화하는 안식처가 아니었다. 빨리 벗어나야 하는 시련이었다. 그 옛날 호랑이가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동굴 밖으로 뛰쳐나간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답답했다. 그런데 이 답답함을 벗어난다고 하여 내가 바라는 진정한 자유를 맞이할 수 있을까? 그냥 밝음으로 나간다면 그저 동굴 속으로 들어오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어둠속에서 눈을 뜨고 떠오르는 새로운 태양을 바라본다. ©wallpaperaccess.com


나는 변화해야 한다. 변화하여 내 삶이 바뀌어야 한다.


35년간 굴절된 안경 너머로 바라보던 세상을, 그 어떠한 장치 없이 직접 나 자신이 올곧이 마주해야 한다. 나는 기꺼이 하루 더 어둠의 동굴 속에 머물렀다. 갑갑함은 배가 되었지만, 이 순간이 지나 변화된 내 삶과 내 존재를 생각하며 어둠 속으로 들어가 나 자신을 만닜다.


그리고 질문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내일 새벽빛을 마주한 나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글 |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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