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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Oct 21. 2021

어른과 아이, 두 가지 자연

마음경영 season 1_02

1.

주말 아이들과 함께 나무 그늘을 찾았다.


돗자리를 깔고 사서 온 떡과 분식들을 펼쳐놓고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한 끼 식사처럼 크게 차리진 않았지만 바람 부는 시원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배를 채우며 하늘과 바람, 구름과 자연을 만끽하기엔 너무 좋은 날이었다.


야외로 멀리 가지 않고 집 근처 공원에 들렀다. 식사 후엔 공원을 산책했다. 거기엔 야트막한 연못이 있었는데, 마침 청둥오리 4마리가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오리가 신기했는지 연못가로 뛰어갔다. 오리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아주 가까이에서 헤엄치는 오리발과 먹이를 잡아먹는 주둥이를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못 풀숲에서 토종개구리가 뛰는 모습과 큰 고동도 살펴보았다.



어린 시절 개울가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물고기와 고동을 잡던 나의 유년기와는 많이 다른 삶의 풍경이지만 아이들에겐 이마저도 주말이나 되어야 경험할 수 있다. 게다가 자연보호 차원의 거리 두기에 익숙한 아이들로선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할 따름이다.

물론 캠핑을 하러 가고 시골의 강이나 바닷가에서 낚시를 즐기거나 하는 등 충분히 자연을 즐길 수가 있다. 그런 경험들이 새로운 세대에겐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주말, 가까운 공원으로라도 나가지 않고서는 아이들은 그들 세대의 새로운 자연인 디지털 가상세계로 몰입할 것이다. 게임과 영상의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아이들을 붙잡고자 하는 어른들의 세계관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연을 즐기고 만끽하게 하는 것이다.



2.

공원을 다녀온 아이들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신들의 디지털 자연으로 들어갔다. 잘못된 것일까?

여행이나 꾸준한 흥밋거리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규칙과 호통뿐일 것이다.


미디어 대홍수의 시대, 미디어를 통제한다고 한들 정말 통제가 가능할까? 텔레비전이 없이 지내던 우리 가족은 가끔 식당이나 외부의 대형 텔레비전 앞에서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런데 게임과 영상은 TV보다 더한 몰입감과 재밋거리를 던져준다. 빠져들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지금 디지털 네러티브의 세대에겐 컴퓨터가 만들어낸 새로운 디지털 자연 속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고, 타인들과 소통하고, 기회를 창출해내는 것이 아닐까? 아날로그의 세대와 중간 과도기에 걸친 세대들로선 행복의 기준이 분명 다르다.



어떤 자연이 되었든 간에 결국 자신의 삶은 자신이 결정짓는 것이다.

실제의 자연 속에서 경험을 쌓거나 디지털 가상의 자연환경에서 기억을 저장하든 간에 행복의 기준과 가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강력하게 강요할 것도 통제할 필요도 없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고, 유익한 방향이라면 그 길로 가는 것이 맞다.


나의 자연과 아이들의 자연의 의미와 가치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른인 우리들의 자연에 참여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디지털에서 찾아낸 자연을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글 ∣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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