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인사법

by 백 곤

“다녀와요”

“다녀와요. 되도록 빨리 들어와요.”

“다녀와요.”


10살 딸아이의 아침인사다. 맨발로 현관을 걸어나와 현관문을 살짝 열고 얼굴을 내밀며 여러 번 인사를 한다.

복도에 울릴 정도로 인사를 하기에 나는 얼른 대답을 하고 빨리 들어가라고 재촉한다.

딸아이의 인사는 나 뿐만 아니라 아내와 오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침이 아니라 저녁에 잠깐 나가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인사를 한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볼 뽀뽀를 해준다. 차가운 날씨에 상기된 차가운 볼에도 여지없이 뽀뽀를 해주고 반겨준다.

아이의 애정어린 인사와 반김은 조금 과하다 싶은 생각이 들때도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녹이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누구를 보고 배웠을까? 살갑게 인사를 하고 ‘가족사랑’을 외치는 딸아이의 감성은 우리 가족을 화목하게 하고 하나로 응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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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예전에 비해 인사를 잘 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다. 조직보다 개인이 우선시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남과의 관계가 아닌 나 자신의 삶에 집중하게 된다. 물론 눈인사와 서로간의 목례 정도로 인사를 하지만 매일같이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서로를 반기는 문화는 분명 아니다.

그러나 말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이 없다고 해서 서로를 무시하거나 챙기지 않는 사회는 또한 아니다.

여러가지 해야 할 일과 익혀야 할 일들이 더 많아진 AI시대, 정보와 기술에 밀리지 않기 위해 더 바쁜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서 우리는 더 치열하고 더 고독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으로 상대방의 안부를 묻고 사생활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면 그건 오지랖일 수 있다. 과도한 관심은 상대방에게 부담이 된다.


그러면 어떻게 인사를 하는 것이 좋을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전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90년대 중반 텔레비전 시트콤 <남자세 여자셋>에 나왔던 배우 김진은 ‘안녕맨’으로 유명했다. 극중에서 “안녕~!”만 외쳤는데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이 될 정도로 존재감이 있었다. 아직도 기억에 난다는 것은 그만큼 강렬했다는 말이다.

인사는 나를 알리는 아주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딸아이의 사랑넘치는 인사가 흐뭇하게 마음을 녹이듯 다른 사람의 안녕을 기원하고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삶에 관심을 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람과의 관계를 돋독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말 ‘안녕하세요’에는 상대방을 귀하게 대하고 존중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안녕하세요’의 안녕(安寧)’은 편안한 안(安), 편안할 영(寧)으로 구성되어 있다. 安(편안할 안)은 지붕 아래에 사람이 기대 쉬는 모습을, 寧(편안할 녕)은 집 안이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를 말한다. 걱정없이 평온한지를 묻는 말이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편안할 안(安) 영혼 영(靈)으로 읽힌기도 한다. 영(靈)은 영혼과 정신을 의미하는데 ‘당신의 영혼은 편안하십니까?’ 또는 ‘정신은 차리고 있습니까?’를 묻는 말이다. ‘안녕’이라는 인사말에는 상대방의 고귀한 영혼에게 말을 건내며 존중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식사하셨어요?’ ‘평안하시죠?’와 같은 말이나 고개를 숙이는 인사 등은 시대와 상황에 맞게 달라졌겠지만 상대방을 존중하고 몸과 마음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는 같을 것이다. 인사는 서로를 연결하는 작지만 아주 강력한 말이자 행동이다.


“다녀와요. 되도록 빨리 들어와요.”

딸아이의 아침 인사를 받으며 출근하는 내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나 또한 만나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넨다.


글 | 백 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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