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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Jul 23. 2020

조, 경, 해 어디까지 가시겠어요?

마음경영 시리즈 6

“5, 4, 3, 2, 1 ! 자 이제 실천해야지”

“아빠 그거 하지 마요. 너무 힘들어요.”

아들이 무엇인가를 하지 않을 때, 여러 번 이야기 하다가 최종적으로 ‘5, 4, 3, 2, 1’ 카운트다운의 핵심인 5초의 법칙을 말한다. 그런데 아들이 실천은 하는데 5초의 법칙 자체를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부담감 느끼지 않게 더 큰 수를 찾아봤다. ‘경, 조, 억, 천, 만, 백, 십, 일 !’ 내가 아는 한도에서 가장 큰 수를 이야기 했다. “경 다음이 뭘까?” “‘해’예요” 아들은 책에서 본 가장 큰 숫자를 말했다.

"해, 경, 조, 억, 천, 만, 백, 십, 일 ! do it"


그런데 순간 궁금해졌다. ‘해’ 다음 큰 수는 무엇일까? 가장 큰 숫자를 찾아봤다.

‘일, 십, 백, 천, 만, 억, 조, 경, 해, 자, 양, 구, 간, 정, 재, 극, 항아사, 아승지,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  


‘무량대수(無量大數)’는 부처님 손바닥을 의미하는 무랑수전(無量壽殿)과 비슷한 의미로 한자 문화권에서 가장 큰 수로 10의 68승에 해당한다. 한마디로 1뒤에 0이 68개가 붙는 것이다.


‘무량대수, 불가사의, 나유타, 아승지, 항아사, 극, 재, 정, 간, 구, 양, 자, 해, 경, 조, 억, 만, 천, 백, 십, 일! 자 이제 시작“ 거꾸로 숫자를 세면 아들은 무장해제 된다. 나 또한 그 숫자를 다 셀 수도 없을 뿐더러 말하면서 이미 지시의 의미는 사라지고 하나의 놀이가 되었다.


무량대수보다 더 작은 수인 불가사의(不可思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로,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상태를 일컫는다. 10의 64승을 뜻한다. 나유타(那由他)는 산스크리트어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 라는 뜻이며, 10의 60승을 가리키며,

아승기(阿僧祇)는 불경 ‘화엄경’에서 나온 산스크리트어로 무수겁(無數劫),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시간을 뜻하며, 10의 56승, 항하사(恒河沙)는 인도의 갠지스 강(항하) 모든 모래를 합한 숫자라는 뜻으로, 10의 52승에 해당된다.


이 수많은 수들 중 우리가 만질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수는 어느 정도일까?

기껏해야 억, 조 정도 될 것이다. 무량대수까지의 수단위 중 억, 조, 경은 작은 수 단위이다. 그런데 분명 무량대수 보다 큰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다시 찾아봤다.


바로 ‘구골(googol)’이었다. 10의 100승을 의미하는 이 구골은 1940년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스 카스너가 자신의 책 『수학과 상상』이란 책에서 표현한 세상에서 가장 큰 수이다. 더 큰 수로 구골플렉스(googolplex)’가 있는데, 10의 10승의 100승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100억의 100승이다.


그런데 구골은 어디선가 좀 들어봤던 단어이다. 바로 구글(Google)의 명칭과 닮았다. 1998년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한 인터넷 검색서비스 회사인 구글은 세상에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연결하겠다는 생각으로 가장 큰 수를 뜻하는 ‘구골’에서 따온 것이다.


다시 정말 궁금해졌다.

우리가 흔히 백만장자라고 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11억이 넘는데 10억이라고 치고, 전 세계 인구가 75억 명인데, 전세계인 모두가 백만장자 즉 10억원씩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큰 수가 될까? 75억×10억원=750경(7,500,000,000,000,000,000)원이다.(7.5e+18 정확히 맞는 계산일까?)


이 세상사람 모두 10억씩 가지고 있는데 겨우 750경 밖에 되지 않는다. 1해까지도 가지 못한다. 무량대수까지 21개 숫자단위 중 우리 인간이 벌 수 있는 돈은 고작 1에서부터 6~8개의 숫자단위까지 머문다. 6숫자 단위의 끝까지만 가도 대단한 것이다.   


‘일, 십, 백, 천, 만, 억, 조, 경, 해, 자, 양, 구, 간, 정, 재, 극, 항아사, 아승지,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그리고 내가 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카운트다운 ‘5, 4, 3, 2, 1’, 1단위의 숫자 안에서도 무엇인가를 하나 실천하기 어렵다고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오늘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꼭 해야 할 일들이 생겼다. 바로 일어나 의미 있는 실천들을 해야겠다.  


글 |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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