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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Sep 17. 2020

바람이 맺어 준 인연

부자경영 시리즈 9

처음 들어간 상가주택은 정말이지 암울함  자체였다. 시큰한 생선냄새가 베여있는 화장실과 곳곳에 쌓여있는 먼지 가득한 오래된 집기구들이 마치 주인 잃은 강아지처럼 처량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까?’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다시 출입문을 닫고 바깥으로 나왔다. 바깥은 바람이 불어 시원했다. ‘어떻게 하면 이 모든 짐을 버리고, 인테리어를 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을까?’

명도를 하고 잔금을 치룬 다음 처음으로 집을 방문했을 때 나는 다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분명 길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을 때 매캐한 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각각의 방들에 쌓인 온갖 짐들이 없다고 생각하고 빈 공간을 둘러봤다. 크고 작은 공간들이 보였다. 잘 정리하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때 바깥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함께 온 가족들이 있는 차 쪽이었다. 급하게 달려 나가보니 바람이 불어 열어놓은 차 문짝이 옆 차를 긁었다. 옆 차를 아주 강하게 긁어 놓은 것이다. 하필 수입차를 긁었으니 수리비가 많이 나올 것 같다는 걱정을 하면서 차주에게 전화를 했다. 젊은 분이 나왔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바람이 갑자기 불어 차를 긁었습니다.”

“네! 오늘 바람이 많이 불더라고요.”


서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보험회사에 연락해 담당자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차주는 상가주택의 바로 옆옆 집에 있는 간판디자인 회사 대표였다. 본인도 건물을 사서 간판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바람은 자연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이미지출처 © https://www.abc.net.au


그에게서 좋은 기운이 느껴졌다. 보험처리가 잘 마무리 되고 나는 그 차주의 사무실을 구경해도 되는지 물었고 그는 흔쾌히 자신의 사무실을 보여주었다. 4층짜리 건물이었다. 1층은 상가 겸 간판 관련 창고로 쓰고 있었고, 1층 상가와 2층 뒤쪽 편에 방들이 있어 후배들에게 세를 내주고 있다고 하였다. 2층에서 4층까지 넓게 휴식공간과 사무실을 두고 쓰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불현 듯 그에게 부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 인테리어 잘 하시는 분 알고계세요? 대표님이 디자인을 하시니 감각 있는 분을 잘 알고 계실 것 같아요.”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바로 옆옆집 사무실에 인테리어 형님이 계신데 그 분이 인테리어를 아주 감각적으로 잘 하세요. 저도 가끔 그분 인테리어 한 곳에 간판을 설치했었어요.”

“그래요? 저 좀 소개시켜 주세요.”


그에게 연락처를 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 가족들이 있는 차로 왔다. 나는 그에게 받은 연락처로 연락을 했고, 인테리어 대표는 30분 뒤에 현장으로 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맺은 인연으로 나는 오래된 상가주택의 인테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때 바람이 차 문을 열어 재끼지 않았으면 나는 일일이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보고 미팅하고 여러 번 현장에서 고군분투했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인테리어 비용을 지급했어야 했을 것이다.  


모든 일들은 생각하고 실천하는 그 곳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듯이,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 한발씩 앞으로 나아갈 때 길은 자연스럽게 열린다. 하나씩 하나씩 장애물을 걷고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오래된 상가주택에 어떤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할지 고민했던 첫날의 걱정과 기대감은 예기치 않게 맺어진 소중한 인연들로 아름답게 완성해가고 있다.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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