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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Aug 20. 2021

동시대 작가의 미술품 가격

양혜규, 서도호

지난번 포스팅, 미술품 가격 결정의 비밀에서는 작가의 이름, 작품의 희소성, 보존상태, 소장처(Provenance and Status of an Artwork), 그리고 예술 제도를 이루는 다양한 사회적 변수에 기반해 미술품 가격이 형성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들의 미술품 가격은 어떻게 형성될까?

미술품의 가치가 형성되는 시간의 흐름을 생각해 보면, 무명의 작가들은 자신이 창조하거나 생각한 창작물을 '미술품'으로 명명한다. 그리고 작가들은 자신이 명명한 미술품이 예술 제도권 안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갤러리나 미술관에 전시를 연다. 이후 예술 기관들과 비평가, 컬렉터, 관람객이 미술품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가격이 형성된다.


여기서 미술품의 가치와 의미는 보편적으로 크게 세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미술사적 가치(Historical Value)

미술사적 가치는 말 그대로 미술사의 변천에 미친 영향과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가치를 뜻한다. 예술가들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관찰자이며 대변가이기 때문에, 그들이 창조한 미술품은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 기술을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작가의 작품을 평가할 때, 역사적으로 미술사학적으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미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구세주(Salvator Mundi)> 에서 살펴봤듯, 소장 이력은 작품의 역사성에 깊이를 더해 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 또한 어떤 컬렉터가 소장을 했느냐에 따라 작품 가치가 상승하기도 한다. 일례로, 양혜규가 무명인 시절, <창고 피스>(2004) 작품이 독일의 유명 컬렉터에게 소장되면서 그녀의 작가로서의 인지도는 크게 바뀌게 되었다. 이렇듯, 동시대 미술일수록 컬렉터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컬렉터들은 미술시장의 궤도를 바꾸고, 대중들의 미술 취향에 영향을 주기도 하며, 미술품 가격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미학적 가치(Aesthetic Value)


미학적 가치는 주로 미술관과 사립 갤러리, 그리고 학계의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작품의 예술성과 작품을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철학, 그리고 이를 설명하는 이론이 반영된다.



감성적 가치(Emotional Value)

20세기에 들어서 생겨난 새로운 가치로 대중적 접근과 더불어 개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미의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서도호의 대표작들을 살펴보면, 한국 전통의 한복 천(은 조사)을 재료로 한옥 형태 등을 정교하게 재현하며 집이라는 보편적 공간을 가지고 특정 지역이나 고정된 공간을 초월하는 유목민적 공간(Transcultural displacement)을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즉, 한복 천이라는 개별적이고 고유한 한국문화의 감상뿐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을 유목민적 삶에 빗대어 전 세계인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치와 의미를 고려하는 것 외에 작품의 크기 또한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품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작품 가격이 정비례로 올라가는 '호당 가격제'를 적용한다. 하지만, 개인이 소장할 수 있는 작품의 최대 사이즈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무조건 큰 사이즈의 작품이라고 해서 가격이 끝없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작품당 가격제'를 쓰는 곳이 많기 때문에 작가의 전시 경력과 희소성과 보관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Installation view, Artwork-Suki Seokyeong Kang, PACE  New York


이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통해 한 작가의 작품값이 결정된다. 하지만 현재의 미술품 가격이라는 것은 언제나 유동적으로 변화하며,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시대에 따라, 전성기 때의 작품인지 아닌지에 따라, 혹은 재료에 따라 작품 가격의 폭은 크게 변화한다. 그 예로,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일 경우 60~70년대 작품들과 이후의 작품 가격은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그밖에도 작가의 성장 가능성이나 작품 세계의 변천 과정, 시장 거래 현황, 작품성에 대한 평가, 환금성 등 또한 작품 가격에 영향을 끼친다.


그만큼 여러 변수에 흔들리기 쉬운 게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소유하고자 할 때는 작품을 되팔아 이익을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나에게 의미가 있고 정말 좋아하는 작품을 소유하는 기쁨을 우선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며, 미술 생태계에 건강한 주춧돌 역할을 한다는 사명감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멋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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