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구입을 처음 시작하는 이를 위한 4가지 방법
미술품을 수집하는 일은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취향을 넘어, 마음을 끄는 작품들을 살펴보면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그려볼 수 있달까. 처음에는 이 작품에 왜 마음이 가는지 도무지 모르다가도 시간이 흘러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누군가는 미술품을 구입하는 일이 아름다움(aesthetic)을 수집하는 일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미술품 수집은 우리가 때때로 삶의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책과 음반을 모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미술품은 책이나 음반과 비교했을 때 아티스트가 생산해 내는 창작품에 대한 단 하나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다. 이 말은 곧,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 시장에 나오는 작품들은 가격이 높게 측정될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미술품은 모두 높은 가격으로만 구입할 수밖에 없는가? 대답은, 아닐 수도 있고 혹은 그럴 수도 있다. 자신이 어떤 작품에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루트는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이다. '미술품을 사볼까?'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아래 4가지를 고려해보자.
나의 취향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보고,
작품을 구입할 때는 직감에 충실하자
옷도 많이 보고 입어봐야 자신의 취향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미술품 구입을 처음 고려하고 있다면 갤러리나 미술관에 찾아가 많은 전시를 보며 나의 취향에 대해 공부해보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갤러리나 미술관에 비치되어 있는 리플릿을 가지고 가서 꼼꼼히 읽어보고, 인터넷으로도 찾아보자. 보도자료와 작가의 짧은 약력, CV를 꾸준히 읽는 습관을 들인다면 작품을 수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갤러리나 미술관에 비치되어 있는 리플릿은 대부분 무료로 가져갈 수 있으며, 요즘은 QR코드로 정보를 읽어볼 수 있도록 해둔 곳이 많아졌다. 작품을 많이 보다 보면, 자신이 어떤 주제 혹은 어떤 표현을 하는 작품이나 작가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고, 자신만의 취향 또한 가질 수 있다. 이후, 눈여겨보던 작가나 작품 주제가 맞는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내가 생활하는 공간이나 원하는 장소에 놓여 있는 작품을 상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일 그 미술품이 자신의 공간 안에 편안하게 안착된다면, 그 작품을 구입해도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SNS를 팔로우해보자
SNS는 작가나 갤러리 그리고 젊은 컬렉터들에게 점점 더 중요한 플랫폼이 돼가고 있다. 아직 갤러리에 소속되지 않은 신진작가(emerging artist)들과 젊은 컬렉터들은 DM을 통해 상호 작용하며 PayPal을 통해 작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또한 관심 있는 상업 갤러리나 미술관, 주요 아트페어를 팔로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시 소식과 이벤트 등을 가장 발 빠르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판화나 사진 등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미술품에 도전해보자
앞서 이야기했듯, 미술품은 오리지널리티로 인해 가격이 상승한다. 하지만, 판화나 사진은 복수 생산이 가능하므로 원화를 처음부터 구입하기 조심스러운 영 컬렉터에게 괜찮은 매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판화나 사진이 복수 생산이 가능하다고 해서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원판마다 에디션 번호(한 판으로 찍어낸 작품 수)를 제한해서 판매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찍어내는 수에 비례해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판화와 사진은 작품의 하단이나 뒷면 등에 에디션 번호화 작가의 서명이 기재되어 있으니 구입할 때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판화는 100점을 넘지 않으며, 500점을 초과해 제작하는 경우 라지 에디션이라 부른다.
전시 포스터나 프린트 작품도
훌륭한 컬렉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아트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가이자 소더비에서 현대 아프리카 예술 파트의 창립 멤버이기도 했던 Sharon Obuobi는 “당신이 예술품에 수백 파운드를 쓸 여유가 없다면 포스터나 인쇄물을 고려해 보라”라고 조언한다. 한 예로, 2015년 3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에서 개최한 <<알렉산더 맥퀸: 사비지 뷰티>>에서 판매된 5파운드의 포스터 가격이 200파운드 이상 상승해 이베이에 판매되고 있다고 하니, 자신에게 의미있었던 전시의 포스터를 소장해 보는 일 또한 미술품을 수집하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