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뉴욕 전시 리뷰

2025

by 백연
뉴욕 전시 리뷰는 개인 아카이브를 위해 작성하는 지극히 개인적 취향이 담긴 단상이다.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전시들 중, 기록하고 싶은 작가나 전시에 대해 메모한다.


1. The Writing’s on the Wall: Language and Silence in the Visual Arts

@Hill Art Foundation, December 12, 2024—March 29, 2025

토니 모리슨(Tony Morriosn), 흑인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소설가의 추모 전시가 즈워너 갤러리에서 2019년에 열렸다. 이 전시를 큐레이팅했던 힐튼 알스(Hilton Als). 라이터로만 알고 있었던 그가 모리슨의 삶과 예술을 무척이나 아름답게 담아냈던 전시를 기억한다. 이후 그의 이름을 종종 다른 전시에서도 반갑게 만날 수 있었고, 최근에 방문한 파운데이션에서의 전시는 제목조차 너무 Als다운 전시여서 한참을 전시장에 머물다 왔다. 그의 큐레이토리얼 에세이의 시작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I’ve been asked to say a few words about this exhibition, The Writing’s on the Wall: Language and Silence in the Visual Arts, but I don’t want to.
...
for this exhibition, I wanted to show what silence looked like—at least to me—and what words looked like to artists

유독 읽기와 쓰기, 침묵과 대화, 과정을 포함한 전시에 레이다가 뻗게 된다. 알스가 담아낸 언어와 대화(소통) 시각예술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던 전시.



2. MICHAEL ASHER

@Artists Space, November 22, 2024—February 8, 2025

예술에서는 모든 것이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준 마이클 애셔(Michael Asher)의 기념비적 전시가 아티스트 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애셔의 장소 특정적 작업을 재현하는 대신 아카이브 자료와 문서를 통해 그의 예술적 실천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시스템에 대한 탐구를 엿볼 수 있었던 전시. 그중에서도 "Catalog of Deaccessions"(1999)는 지금까지도 미술계의 제도적 비판((Institutional Critique)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작업--MoMA가 1929년부터 1998년까지 컬렉션에서 제외한 403점의 작품을 목록화한 출판물--으로 미술사에 대해 그리고 미술관의 운영 방식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었다. 전시장에는 기관의 디렉터인 제이 샌더스의 책상이 전시장 한편에 놓여있고, 그곳에서 미팅을 하는 현장을 애셔의 아카이브 자료들과 함께 볼 수 있었는데, 이것 또한 전시 기획의 일환으로서의 의도적 개입이었을까--1974년 Claire S. Copley Gallery에서 열렸던 그의 기념비적 전시에 대한 오마주?



3. Raoul De Keyser: Touch Game

@David Zwirner, January 17—March 1, 2025

최근에 본 페인팅 전시 중 가장 마음을 흔들어놨던 작업이었다. 실제로 본 라울 드 케이저(Raoul De Keyser, 1930–2012)의 페인팅은 전시장에 들어간 순간, 가장 사랑하게 될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헤렌 몰스워스가 큐레이팅을 했고, 드 케이져의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그의 주요 작업을 살펴볼 수 있었던 전시는 그 어떤 전시보다 시적이고, 아름다웠으며, 명상적이었다. 솔직히 그 어떤 미사여구나 형용사를 쓴들 무슨 설명이 될까. 몸과 영혼이 정화되는 그런 경험을 드 케이저 작업에서 느꼈을 뿐이다.



4. Soundwalk Collective & Patti Smith: CORRESPONDENCES

@Kurimanzutto, January 16—February 22, 2025

2024년 12월, 캘리포니아 남부를 강타한 대규모 산불로 다수의 예술가 스튜디오, 갤러리, 공공 미술품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스트 LA의 Self Help Graphics & Art와 산타모니카의 Bergamot Station 인근 창고에서 작품을 보관 중이던 신진 작가들의 작업이 소실되며, 지역 예술 생태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쿠리만주또에서 열리고 있는 사운드워크 콜렉티브와 패티 스미스의 협업 전시는 생태적 재난과 예술의 역할을 성찰하는 계기를 시기적절하게 제공해주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상과 사운드의 스케일 때문인지 전시에 완전히 몰입하기는 힘들었다. 페티 스미스라는 뉴욕의 아이콘과의 협업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5. Lucia Nogueira: Ends Without End

@Luhring Augustine, January 17 – February 22, 2025

브라질 출생으로 런던에서 주로 활동했던 루시아 노게이라(Lucia Nogueira, 1950–1998)는 버려진 가구나 산업용 파이프 등을 재구성해 신체적이고 심리적인 긴장감을 표현한다. 전시장에 흩어져있는 분해된 세발자전거는 갤러리의 콘크리트 바닥 안으로 관통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초현실적 상상을 하게 하는데, 그 상상의 기저에는 늘 불안이 깔려있다. 포르투갈어가 모국어였던 작가의 비선형적 사고는 그의 작업 제목으로도 투영되며 일상의 파편과 언어를 통해 작가의 내면과 문화적 갈등을 여실히 내보인다.



6. Lubaina Himid: Make Do and Mend

@The Flag Art Foundation, SEPTEMBER 13, 2024-FEBRUARY 8, 2025

2017년 터너상을 수상한 최초의 흑인 여성 작가이며, 자신을 페인터이자 Cultural activist로 소개하는 루바이나 하미드의 개인전, Make Do and Mend이 플래그 아트 파운데이션에서 열렸다. 이번에 전시된 Stratey 회화에서는 탁자에 둘러앉아 있는 흑인 남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의 감정을 가지게 하는 탁자 위의 작은 레몬들과, 치아, 식물 그리고 캔버스 표면에 펼쳐진 아름다운 색상에서 그의 작업을 한참 동안 바라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권력구조, 과정에 대한 스토리를 상상하게 하며, 전시장 곳곳에 놓여있는 의자들 또한 의도된 연출이었으리라.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았던 전시.



7. Louis Nevelson: Shadow Dance

@PACE, Jan 17– Mar 1, 2025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컸던 루이스 네벨슨의 전시. 1970-80년도 작업들을 한데 모은 흑백의 거대한 조각들이 제 자리에 놓여있지 못한 느낌이었다. 네벨슨의 어떤 점을 내세웠던 전시였을까. 올해 4월 위트니 미술관, 그리고 가을 센트럴 퐁피두 메츠센터에서 열릴 회고전을 위한 상업갤러리의 신호탄에 김 빠지는 느낌. 상업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은 그만큼 어렵다.



8. Lucas Samaras: Chalk and Bronze

@125 Newbury, January 24–April 12,2025

갤러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나와 취향이 맞는 갤러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끔 전혀 예상치 않았던 갤러리에서 뜻밖의 좋은 작업을 보게 되었을 때의 기쁨은 또 그만큼 짜릿하기도 하다. 뉴베리 125에서 열리고 있는 루카스 사마라스의 전시가 그러했다. 뉴베리 125는 앞서 소개한 루이스 네벨슨과도 인연이 깊은 페이스갤러리 창업자 아르네 글림처가 2022년 트라이베카에 세운 프로젝트 공간으로, 자신이 갤러리를 처음 열었던 보스턴의 뉴베리 스트릿 이름을 따왔다. 이후 굵직굵직한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였지만, 기억에 남는 전시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 전시 중인 사마라스의 80년대 제작된 파스텔화와 청동 작업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전시였다. 완벽하게 짜인 전시 구상에서 사마라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었달까..



9. Keren Benbenisty: Portakal

@episode, January 24March 28, 2025

작년 7월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 윈도우 갤러리를 열었다. 케렌 벤베니스티는 고고학이나 언어를 재료로 상실과 이주, 정체성을 탐구하는 이스라엘 작가로 에피소드의 세 번째 전시다. 빈티지 P(Papa) 신호기와 밤바다에 떠있는 오렌지가 설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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