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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교주 May 25. 2021

어덜트자니아는없나?

다 큰 어른이를 위한 직업체험 센터

"장래희망이 뭐니?"


어려서부터 우리는 미래를 위해 늘 고민하고 생각하고 그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루지 못할 때의 절망감은 매우 비참하기도 하다.


나는 어려서 처음 가졌던 장래희망이 아마 '버스 운전 기사'였던 거 같다.

내가 유치원 다닐 때만 해도 동네에 집마다 자가용이 있던 시절도 아니었고,

어린 나이라 더욱 멀리 이동할 일이 없으니 어쩌다 엄마랑 볼일이 있어 버스라도 타면 그렇게 신기했겠지.

그러다 어느 날인가는 아주머니가 버스 운전을 하면서 

수동기어를

차 차작-착착, 

엑셀과 브레이크를

슈슈슉-숙슉,

현란한 팔놀림과 발재간이 참 멋있었나 보다.

그렇게 한동안 장래희망이 '버스 운전기사'라고 말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즈음, 아버지는 건축설계를 하셨는데 지금이야 Auto Cad 라는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이 있지만

당시엔 그 작은 안방 한편에 제도판에 크고 작은 모양자에 각색의 연필 도구들이 있었다.

그렇게 점점 재료와 도구를 사용하는 법에 흥미를 가지면서 나도 아빠처럼 '건축사'가 되는 게 꿈이 되었다.

물론, 중학교 첫 수학시험에서 16점을 받은 충격으로 

나는 영원한 문과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이내 접었지만....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 사춘기를 보내며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 내가 가장 즐거운 교과시간은 미술시간.

결국 나는 미대를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나 혼자만의 꿈이었던 건가...

IMF 경제위기를 맞으며 설계사무소를 개업 준비하시던 아빠에게도 위기가 닥쳤고,

엎친데 덮쳐 실내공사 중 인부의 실수로 화재가 발생해 개업도 전에 손해배상 금액과 보증을 또 잘 못선 탓으로 우리 집은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당연하게 입시미술학원을 다닐 돈은 우리 집에 없었고,


늘 그 시절 하교 후 집에 오면 식탁에 앉아 한숨만 푹푹 쉬며 딸이 왔는지 어쨌는지 

궁금도 안 해하는 엄마만 있었다. 늘 쌓여있는 고지서를 보고 나선 늘 그 화풀이 대상은 나여야 했다.

집이 어려운 건 넌지시 알았지만 그 무게를 당연히 나는 공감할 수 없던 시절이었고....

그런데 딴에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 지금도 안쓰럽기보다는 서운한 감정이 크다.



"그래도 어른스럽게 엄마로서 대처해 줬으면 

내 성격이나 생각, 가치관이 조금은 달라졌을 거 같아요..."


상담 선생님과의 이런 어린 시절 장래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떠오른 일들이었고, 

이내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그래도 나도 그날 나의 하루를 고되게 살고 있었던 거였으니까...

하고 싶고 이루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는데 경제적인 상황이 안되어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백번 들어도

집안 형편을 아는 이상 미술학원 보내달란 소리도 못하고, 가장 꿈 많고 기회가 많은 때라는데 나는 내가

이뤄야 할 꿈이 무엇인지 알겠는데 발을 디딜 수가 없는 그런 하루하루를 나도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때부터 그렇게 된 건가, 나는 나의 진로를 정도?로 가지 못하고 늘 이 길 저 길 헤매며 가고 있는 거 같다.

곧 마흔인데. 공자가 사십이 면 '불혹 :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 랬는데

나는 아직도 세상일에 정신을 집중도 못해봤는데 이 직업이 내게 맞는지, 아닌지 판단을 흐리고만 있다.


아직도 상담은 진행 중이고, 사실 나라는 영혼이 하나님의 섭리를 담기에는 그릇이 작아 이러는지, 아주 복잡한 나라는 정신의 우주가 상대성이론인지 물리학인지 뭐로 정의가 내려지기는 할지, 사주팔자가 그냥 역마살이 끼어서 아직도 자리를 못 잡고 있는 건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나 말고도  아직도 참 많은 학생과 청년 심지어는 현재 직장인들도 본인의 진로, 진업을 정확히 알고 사는 사람도 많이 없을 거다. 


어린이들을 위한 직업체험관이 있다는데,

어른이들도 취직과 이직, 전직을 위해 직업체험관이 있으면 좋겠다.

아- 물론, 어른이들은 직장을 고려할 때 단순히 적성만 고려할 수 없는 너무 복잡 미묘한 조건과 환경이 존재하니까 더욱 어려운 거지만.



나도 어덜트자니아 다녀왔다고 자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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