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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지 Oct 02. 2017

쿠스코? 쿠스코!

쿠스코 입성 첫 날, 페루 쿠스코의 첫 인상

나스카에서 쿠스코까지 버스를 타면 약 13시간이 걸린다.

미리 예약해 둔 호스텔(Hostal Puriwasi)에 짐을 풀고 거리로 나왔다. 

사실 이 날 기분이 좋진 않았다.

쿠스코의 PC방에서 볼리비아 우유니로 가는 비행기표 구매, 비자 신청 등 해야 할 일이 많았는데,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구글 어카운트를 사용하는 것 자체에 제약이 많았고, 뭐만 결제하려고 하면 안심클릭이니 뭐니를 설치해야 한다면서 속을 썩이고(현대카드.. 정말 짜증난다 부들부들)...내가 사용하는 씨티 체크카드가 홀딩이 걸려서 일정액 이상을 인출할 수 없었고(나중에 체크카드에 돈을 빵빵히 채워넣고 나니 해결됐다), 마추픽추로 가는 페루레일 기차표를 조금 늦게 예약하다보니 여행 일정도 조금 꼬이게 됐고.


애써 밝은 척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쿠스코의 거리를 찍어 보았지만, 사실 이 사진을 찍을 때의 마음은 굉장히 우중충했다는 것.

쿠스코의 메인 광장(Plaza de Armas)가 보인다.

쿠스코 광장은 사람들이 굉장히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이다.

수많은 관광객, 그리고 그 틈을 누비면서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 현지 주민들...

나도 혼자서 심란하게 있을 수는 없지, 싶어서 가까스로 페루레일과 마추픽추 투어 예약을 마쳤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광경.

대성당 앞에서 페루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춤을 추고 있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으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구령을 외치고 아이들은 신나게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밝게 살아 움직이는 아이들의 표정.

운동회나 학예회처럼 뭘 연습하는 건지, 아니면 저것 자체가 학교 수업의 중요한 일부인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굉장히 열심히 순간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기 좋았다.

나중에 보니까, 여기 아르마스 광장에서는 하루 중 어느 시간이든 춤추는 어린아이들을 볼 수 있더라. 

저녁은 어느 블로그에선가 쿠스코 맛집이라고 소개했던 일본식 식당에 들어가서 먹었다.

페루 쿠스코에서 일식이라니, 조금 이상하겠지만

감자나 고기가 주를 이루는 퍽퍽한 남미식 음식 말고, 아삭아삭한 생 야채가 씹히는 음식이 먹고 싶었다.

상큼하고 한국의 우리 집 맛이 나던 두부샐러드.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몰려 있는 골목에 들어가서 전부터 벼르고 있던 페루풍 스웨터와 라마 인형을 사들고 다시 광장을 산책했다.

그새 아르마스 광장에는 어둠이 완벽하게 깔렸다. 

짜잔!

나의 빨간 페루표 스웨터 개시.

쿠스코에 있는 모든 관광객들은 남녀노소를 안 가리고 이 스웨터를 한 벌씩 입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록달록 무늬가 예쁜 데다가, 밤이 되면 날씨가 상당히 쌀쌀해지는 쿠스코에서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기 때문.

인상 좋은 아주머니 상인이 내 맘에 딱 드는 빨간색 스웨터를 갖고 계시길래 바로 골랐다. 

내일은 꼭 여길 들어가 봐야지!

쿠스코의 대성당. 

한 무리 더 찾았다,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쿠스코의 학생들. 

이 사진들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이 쿠스코의 밤 풍경 그대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까만 하늘 아래로 노란 조명이 켜진 건물들이 넓은 광장을 둘러싸고 있고,

밤은 외롭거나 쓸쓸하기는커녕 활기찬 아이들의 노랫소리로 가득하다. 

안녕! 나는 라마야.

스페인어로는 라마가 아닌, 야마.(llama)

<꽃보다 청춘>에서 유희열이 라마에게 푹 빠진 것을 보고는, 나도 꼭 사야겠다 싶어서 입양한 나의 사랑 야마. 

앙증맞은 초록색 모자와 구름처럼 보송보송한 털이 매력적인 아이랍니다.

야마야!! 여길 좀 봐

별빛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것처럼,

언덕에 위치한 모든 집들이 내뿜는 노란 불빛들이 마치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광장 전체를 에워싼다.

정말 황홀하리만큼 아름다운 밤이다. 

분명 아까 찍은 사진인 것 같은데도 계속 카메라를 들게 된다.

단언컨대, 내가 가 본 남미의 광장 중 가장 아름다운 광장. 

아름다운 사진은, 이렇게 조금 더 시야를 꽉꽉 채워서 :)

뭔가 관광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그 대신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의 정취를 느껴 보기에는 충분한 시간.

이 밤까지만 조금 여유를 부리다가 

이제 또 다시 빡센 관광을 시작해야지. 


온갖 것들이 속을 썩인다며 초조했던 아까 초저녁의 마음은

어느새 싹 다 풀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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