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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Mar 05. 2022

뮤지컬 입문하기

'빨래'와 '김종욱 찾기'




"나 연극 한 편만 추천해줘."

"공연 볼만한 거 있으면 알려줘"

지인 공인(자타공인 아님) 공연전문가인 나에게 지인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다.

처음 공연 보는데 볼만한 작품을 골라 달라는 거다.

공연은 정말 개취(개인 취향)가 강한 영역이라 내가 아무리 재미있다고 골라줘도 생각만큼 재미없을 확률이 높다. 공연을 보고 난 지인의 반응을 보면 절반으로 갈리는 것을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뭔가를 배우려면 우리가 자주 찾는 것은 '입문서'다

A부터 Z까지 가르쳐주기 때문에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등산을 해도 처음 등산하는 사람이 지리산 등정을 할 수 는없다. 스케이트를 처음 배우면서 김연아처럼 트리플 악셀을 하겠다도 덤빌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일에는 다 처음이 있기 마련이고 처음에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한다. 하지만 공연은 딱 그 공식에 대입하기가 어렵다.



연극배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뮤지컬 배우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연극을 처음 본다거나 뮤지컬을 처음 보는데 어떤 작품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사실 없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곤란해진다. 특히 연극이나 뮤지컬은 일 년 내내 공연되는 작품을 찾기도 어렵고 올해 공연되었지만 내년에는 무대에 오르지 않는 작품들도 있다. 공연비용 역시 쉽게 공연을 추천하기 힘든 부분이다. 영화는 1만 또 3,4천 원이면 되지만 공연은 아무리 저렴한 공연을 봐도 3만 원 이상이 대부분이다. 각종 할인을 받으면 더 저렴해지지만 처음 연극이나 뮤지컬을 접하는 경우는 인지도가 있는 공연을 추천하게 돼서 관람료가 5만 원에서 10만 원을 오르내린다.



사실 비용보다 공연을 추천하기 가장 힘든 부분은 개인의 취향을 맞추기 힘들다 데 있다. 심지어 한 친구는 뮤지컬을 보고 그냥 말로 해도 되는 것을 왜 노래로 해서 닭살 돋게 하냐며 묻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왜 내려올 것을 힘들게 올라가냐며 등산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과 같은 것이라 곧바로 인정하는 편이다. "그러게 말이야"라고.



그런 여러 가지 제약과 한계와 눈치를 물리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을 선택하라고 하면 <빨래>와 <김종욱 찾기>를 추천한다. 뮤지컬 <빨래>는 개인적으로 워낙 여기저기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 해서 또 얘기하기 머쓱하지만 그만큼 좋다는 말이 되는 것이니 꼭 추천하고 싶다. 누가 봐도 재미있고 감동이 있고 공감을 할 수 있고 공연 퀄리티도 뛰어나고 관람료도 나쁘지 않다.





두 뮤지컬은 모두 소극장 뮤지컬이다. 두 작품의 연출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다. 뮤지컬 <빨래>는 추민주 연출의 작품이고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장유정 연출의 작품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두 연출가의 한국예술 종합학교 졸업작품이었다는 점이다. 장유정 연출은 TV 프로그램에서 자주 만날 수 있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출가다. 추민주 연출은 일반 사람들보다 공연 마니아들에게 잘 알려진 연출가이다.



뮤지컬 <빨래>는 가수 임창정, 뮤지컬 배우 홍광호, 배우 정문성, 배우 이정은 등 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강원도에서 올라온 나영은 달동네로 이사를 오며 몽골에서 가족들을 위해 일하러 한국으로 온 청년 솔롱고를 만나게 된다. 집마다 사연을 안고 사는 달동네에서 벌어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와 나영과 솔롱고의 풋풋한 사랑, 여기에 소금처럼 적재적소에 배치된 사회 문제가 최적의 간을 맞힌 간간한 음식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2013년 뮤지컬 <빨래> 커튼콜



2013년 뮤지컬 <빨래> 커튼콜




뮤지컬 <김종욱 찾기> 역시 '스타 양성소'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다. 2006년 초연 이후로 배우 엄기준, 오나라, 오만석, 신성록, 김무열, 김재범, 성두석, 강필석, 정상훈, 전미도, 정문성, 정동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배우들이 이 작품을 거쳐갔다.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첫사랑을 찾아주는'일을 시작한 남자와 기자를 때려치우고 인도를 여행하다 만난 첫사랑을 찾으려는 여자가 만나 사랑이란 인연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다. 여기에 20개가 넘는 역을 동시에 헤내는 멀티맨의 놀라운 변신과 연기력은 달달한 사랑 이야기와 찰떡처럼 어울려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뮤지컬 '빨래'는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남녀의 사랑이야기라는 가장 대중적인 소재를 흔하지만 전혀 흔하지 않게 만들어내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뮤지컬을 처음 보거나 아이들과 뮤지컬을 보고 싶다거나 가족, 혹은 연인과 공연을 즐기고 싶다거나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히,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뮤지컬 입문 과정이 있다면 이 두 작품은 단연코 맨 처음을 장식할 작품일 거다.


2014년 뮤지컬 <김종욱 찾기> 에서 역대 공연 전시 사진


2014년 뮤지컬 <김종욱 찾기> 에서 역대 공연 전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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