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아르바이트해 보실래요?

50대에 도전은 아름답지 않았다

by 이숙정


빵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50대 이상 중장년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퇴직 이후 중장년들의 새로운 일자리로 한 패스트푸드점 크루가 각광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퇴직 이전 무슨 일을 했는지보다 중장년의 유연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건 내 몸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일을 하고 싶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고객을 응대하고 커피를 내리고 계산하는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

호기심 반, 필요 반으로 알바를 찾아 나섰다.

평일에도 일을 하고 있었고, 공연도 보고, 글도 썼지만 돈은 늘 필요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벌어질 일은 상상도 못 한 체 아르바이트로 생기는 부수입만 생각한 셈이다.







때마침 유명한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오픈 알바를 구하고 있었다.

빵집이 문을 여는 7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5시간 일을 하면 된다고 했다.

더우면 에어컨이 나오고 추우면 따뜻한 난방이 되는 곳이니 밖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 낫지 싶었다.

일찍 일어나는 편이어서 아침 6시에 일어나 준비하는 것도 문제는 아니었다.



일은 만만하지 않았다.

그날 들어온 빵들을 정리하고 매장을 청소하면 오픈 알바인 나보다 더 일찍 나온 제빵 기사가 구워진 빵을 내놓는다.

처음 서너 달 동안은 컨베이어벨트에 놓인 물건처럼 빵이 쉴 새 없이 도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나온 빵은 포장해서 매대 정해진 구역에 정리를 해야 한다.



케이크 정리는 긴장을 놓쳐서는 안 되는 일이다.

조심해서 놓는다고 한 것이 그만 케이크 옆구리에 손톱자국을 내고 말았다.

순간 잘 보이지 않게 돌려놓을까도 생각했지만

손님이 사면서 발견을 하게 되면 그 뒷일은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럼 그 케이크는 어떻게 되었을까?

예정에 없던 아이의 생일 케이크가 되어 사고 말았다.

시급이 10,030원이었으나 세 시간을 무료 봉사를 한 셈이 됐다.

그 후로도 빵을 포장하다 바닥에 떨어뜨린다거나 케이크를 진열하다 손자국을 내는 실수가 두어 번 더 반복이 되고 나서야 실수 행렬은 멈췄다.





이번에는 포스기다.

포스기는 마트 계산대에서 본 것이 전부였고, 장을 보고 자율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정도였다.

단순하게 스캔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빵 이름을 외워서 따로 입력을 하는 것이 많았다.

이제 빵 이름을 외우는 문제가 또 생겼다.

단팥빵, 슈크림빵 같은 익숙하고 단순한 빵보다 빵의 재료가 들어 있는 긴 이름의 빵들을 기억해야 했다.

빵만이 아니라 케이크 소모품 이름부터 이런 제품들이 빵집에 있었나 싶은 것들까지 포스기의 세상은 수학 문제집보다 더 복잡하기만 했다.



노안으로 흐릿해진 시야는 빵 이름을 포착하는 속도를 더디게 했다.

할인, 적립, 포인트 사용, 현금 영수증 등등. 손님들은 저마다 다른 주문을 외우는 듯했다.

커피를 내리는 방법부터 이름도 낯선 각종 음료 이름까지.

일이 익숙해질 때까지 옆에서 봐주는 사람은 사장이 유일했고, 이틀이 지나니 나에게 매장 전부를 맡기도 일을 보러 나갔다.



일주일에 고작 월요일과 금요일 5시간의 노동은

경험해 보지 않은 포스기와

아무리 외워도 외워지지 않는 국적 불명의 빵과 음료 이름표와 함께

끝날 것 같지 않은 돌림노래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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